‘권위’를 백과사전에서 찾으면 “제도, 이념, 인격, 지위 등이 그 가치의 우위성을 공인시키는 능력 또는 위력”이라고 참 어렵게도 말한다.
국어사전을 찾으면 조금 더 쉽게 “남을 지휘하거나 통솔하여 따르게 하는 힘” 또는 “일정한 분야에서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고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위신, 또는 그런 사람”이라고 풀이한다.
누구든, 뭐든 자신이 우월한 가치를 안팎으로 선포하고, 그 선포의 정당성을 인정받게 할 수 있는 능력을 권위라고 한다면, 권위라는 것은 무엇보다도 남이 인정해야 한다.
지휘, 통솔해 따르게 하는 힘일 때나, 인정받고 영향 줄 수 있는 위신이라고 할 때에도 역시 다른 사람이 그렇다고 인정해야 한다. 결국 권위라는 것이 가치 있는 것이려면, 그 권위를 인정해주는 남이 있어야 하고, 그에게서 권위가 자신에게 유용한 것이라고 납득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 전반을 휩쓸고 있는 권위에 대한 일련의 저항의 이유 역시 같은 맥락에서 검토할 수 있다. 정부가 권력의 형태로 행사하는 권위가 더 이상 국민들로부터 따르게 할 힘을 상실한 듯하다.
아집과 독선에 바탕을 두고 이뤄진 강요는 권위의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강요된 것들이 자신에게 결코 유용한 것이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될 때, 권력의 권위는 거부되고 그것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때 저항을 불러온다.
이른바 촛불로 상징되는 오늘날의 국민적 저항은 권위가 올바로 행사되지 못했기 때문인 듯하다.
현대 사회에서 권위는 만만치 않다. 전통 사회에서 권위는 비교적 사람들을 설득하기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날 권위에 대해서 사람들은 일종의 거부감을 갖고 있는 듯하다.
어떤 한 사람, 한 집단이 전유하던 권위는 이제 이해 관계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대중들의 심리상 다양한 형태와 모습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이제 권위는 깨어지기 쉽다.
따라서 오늘날의 사회에서 권위는 끊임없이 자신을 쇄신해야 한다. 그래야만 권위는 권위로서 유지될 수 있다. 국가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사람이나 집단은 자신들이 행사하는 권위가 참된 권위의 요소들을 지속적으로 드러내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증거해야 한다.
그러한 증명이 되지 않을 때 권위는 비록 권력의 형태로 존재한다고 해도 곧 해체되고 만다.
권력이 권위가 없으면 권력은 해체된다. 권위가 없는데도 해체되지 않는 권력은 독재 권력이고, 이는 필시 어떤 저항을 받든지간에 깨어져나갈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우리는 권위 있는 권력을 바라며, 권력이 권위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교회 역시 마찬가지이다. 교회는 분명히 불변의 진리를 보유하고 있지만 그것이 변하지 않는 참된 진리라는 것을 끊임없이 증거해야 한다. 현대 사회에서 삶의 증거가 말로 하는 복음의 선포에 훨씬 앞선다는 이유도 그것이다.
영원한 진리이되 그것이 영속적인 것으로 설득력을 지니도록 하기 위해서는 교회와 그 구성원들이 그 진리의 면모를 끊임없이 삶으로써 드러내야 한다는 것이다.
누차 말하지만, 현대인은 설교보다는 삶과 생활의 증거, 모범으로 드러나는 진정성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박영호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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