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경북지역 유력 일간지인 M신문 6월 11일자 1면에 실린 촛불집회 현장 사진.
신부님 3명이 나란히 앉아 촛불을 손에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사진 설명을 봤지만 어느 본당 신부님인지에 대한 언급이 없었기에 궁금해 수소문해 보았다.
결국 그들은 로만칼라 복장을 했을 뿐 신부가 아니라 개신교 목사임을 알게 됐고,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걱정이 됐다. 오랜 기간 신앙생활을 한 나도 로만칼라만을 보고 신부일 거라고 단정해 버렸는데 이 사진을 본 일반 신자나 비신자들 중 그들을 신부가 아닌 목사라고 생각하는 이가 몇 명이나 될까.
1998년 개신교 복식 문화원은 개신교 목회자복 2종을 특허청에 등록 출원했었다. 하지만 그 가운데 1종, 즉 로만칼라 복장은 2000년 의장 등록 취소 결정을 받았다. 한국 천주교 중앙협의회가 로만칼라 형식은 가톨릭 교회의 ‘전통적인’ 성직자 복장과 유사하기에 의상권 침해라며 제기한 이의 신청을 특허청이 받아들인 결과였다.
하지만 그 후에도 로만칼라 복장을 한 개신교 목사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개신교 목사가 2000년 발간한 ‘불신자도 좋아하는 교회를 만들라’는 책을 보면 목회자의 권위를 풍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로만칼라를 입기 시작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목사가 회중과 똑같이 넥타이를 메고 있으면 은연 중에 교인들과 동격으로 느껴진다는 얘기를 접하고, ‘구별된 사람’이라는 인상을 풍기기 위해 로만칼라를 이용했다는 설명도 있다.
신부만 로만칼라를 입을 수 있다는 규정이 명문화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통념’이라는 것이 있지 않은가.
로만칼라를 입은 사람을 보면 당연히 천주교 신부를 떠올리는 것이 통념인데, 개신교에서 ‘굳이’ 로만칼라를 입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일반 교인들과의 구분을 위해서라면 통념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개신교만의 복장을 입는 것이 옳지 않을까.
‘로만칼라’는 ‘독신의 정결’과 함께 ‘로마의 주교, 즉 교황에게 순명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복식이다. 개신교 목사는 독신도 아닐 뿐더러 교황에게 순명하는 이도 아니다. 실리적 이유 때문에 가톨릭의 ‘전통’이 무시당하고 있는 것 같아 염려스럽다.
이창원(바오로. 대구 대명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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