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바오로의 신앙을 되새기고 삶으로 실천하기 위한 ‘바오로의 해’가 개막됐다. 우리는 그분이 얼마나 뜨겁고 열정적인 사도인지, 교회사에 있어서 얼마나 큰 발자취를 남겼는지에 대해 이미 많은 이야기를 들은 바 있다.
우리는 이 위대한 사도를 기념하고, 삶과 정신을 집중적으로 되새길 수 있는 이 좋은 기회를 맞아 크게 두 가지 점에 대해 깊은 성찰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 한 가지는 성 바오로가 지닌 다양하고 뚜렷한 특징들 가운데 무엇보다도 그가 이방인의 사도라는 점이다. 바오로 사도는 그 장대한 ‘바오로 로드’를 통해 숱한 이방인들에게 하느님의 복음, 구원의 기쁜 소식을 전했다.
그 험난하기 그지없던 순례와 복음 선포의 여정에서 바오로 사도는 항상 환영받는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사도는 적대감과 거부감 속에서 발걸음을 들이지도 못하고 돌아서야 할 때도 있었다. 그리고 급기야는 순교의 길을 걸어야 했다.
하지만 바오로는 그 어떤 역경과 환난 속에서도 결코 좌절하지 않았고, 자신의 뜻을, 곧 하느님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 무엇도 사도로 하여금 한순간도 지체하거나 머뭇거리게 할 수 없었다.
그 뜨거운 열정과 굳건하고 용맹한 믿음을 통해 사도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고통과 수난, 마침내 영광에 이르렀던 구원의 역사를 인류에게 전해준 것이다. 그리하여 수많은 ‘이방인’들은 하느님의 뜻을 전해 듣고, 그리스도의 구원의 업적을 알게 되어 마침내 믿음의 길로 들어섰던 것이다.
바로 이 점에서 우리 아시아 대륙의 교회들에게 있어서 바오로 사도는 각별한 의미를 지니며 따라서 바오로의 해의 기념은 아시아 교회에 또 하나의 믿음의 전기가 될 것이다. 오늘날까지도 아시아 교회는 여전히 소수에 머물고 있다.
그리스도교는 여전히 아시아에 있어서 이방인들의 종교로 여겨지고 있다. 이미 아시아 복음화의 역사가 오래지만, 그리스도교는 아시아 민족들에게 굳건하게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교회는 아시아 교회들 중에서도 높은 신앙의 활력을 지니고 있지만 다른 아시아 지역교회들과 마찬가지로 선교지역에 속하며 아직도 복음화의 길은 멀고 험하다.
이러한 아시아 교회, 한국 교회에게 바오로의 해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참된 복음화의 길을 바오로 사도는 바로 지금 우리 한국교회에 제시하고 그 길을 향해 매진할 것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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