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사형폐지국으로의 도약을 꿈꾸며
2006년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사형반대 아시아네트워크(Anti-Death Penalty Asia Network=ADPAN)에 참석차 6월 13~15일 홍콩을 다녀왔다.
천주교인권위원회는 첫 번째 회의부터 ADPAN의 구성원으로 연대해 왔으며 ADPAN은 한국의 사형폐지를 위해 지난 2년간 집중 캠페인을 펼치며 한국의 사형폐지 운동을 지원해 왔다.
아시아태평양지역 16개국에서 온 25명의 인권활동가들과 변호사, 교수들이 함께 한 이번 회의에서는 지난 2년간 각국에서 진행되어온 사형폐지를 위한 노력들을 공유하고 앞으로 연대가 좀 더 효과적일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았다.
특히 이번 회의에는 세계사형반대연합(World Coalition Against The Death Penalty=WCADP)의 실무진들이 함께하며 사형폐지운동의 흐름을 파악하고 성과와 한계를 짚어보며 앞으로 ADPAN과 WCADP가 더 긴밀하게 연대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했다.
그 일환으로 한국, 일본, 대만에서 사형제도에 반대하는 살인피해자 가족들이 서로의 국가를 상호방문해 사형선고나 집행이 결코 피해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없으며 이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정신적, 물질적 지원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것이라는 공감대 형성을 모색하기로 했다.
또 올해 10월 10일 세계사형반대의 날에는 각국에서 동시에 사형폐지 행사를 열고 이 내용을 공유하기로 했다. 아울러 유엔이 2007년 결의한 사형집행유예결의안에 더 많은 국가들이 동참할 수 있게 노력하고, 아시아지역에서 극비리에 행해지는 사형집행에 대한 정확한 내용을 파악할 것, 이슬람 국가의 사형폐지운동을 지원할 것, 최대 사형집행국인 중국에 대한 집중 캠페인을 벌일 것 등을 합의했다.
주목할 만한 각국 현황을 보면 2006년에는 필리핀이, 2007년에 쿡제도가 사형제를 법적으로 폐지했고, 한국이 2007년 12월 30일 만 10년 동안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실질적 사형폐지국이 된 것이 커다란 진전으로 보고되었다.
사형폐지의 세계적 흐름과는 달리 일본, 북한, 싱가포르, 베트남, 중국 등에서는 지속적으로 사형이 집행되고 있다는 보고가 있었고 회의 직후 일본에서 3명의 사형집행이 있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이와는 반대로 6월 21일에는 파키스탄 새 정부가 7천 명이 넘는 사형수를 무기수로 감형했다는 소식을 ADPAN이 전해왔다.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폐지소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한국의 사형폐지 운동은 이제 실질적 사형폐지 국가를 넘어 18대 국회에서 사형폐지 법안을 발의해 통과시켜야한다는 커다란 과제를 안고 있다.
이번 ADPAN 회의에서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은 국제사회가 한국의 사형폐지 운동을 주목하고 있으며 한국의 변화가 다른 아시아 국가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한국이 ADPAN, WCADP 등과 함께 아시아 전역의 사형폐지 운동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김덕진(대건 안드레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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