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문제로 촉발된 촛불 집회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들고 나선 촛불로 상징되는 집회는 어린 소녀들까지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는 축제 분위기 속에서 이어지며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소통의 장을 연출해내고 있다.
전국을 뜨겁게 달군 지 50일을 훌쩍 넘기고 있는 이러한 집회 문화는 우리나라와 우리 국민의 현재를 보여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번처럼 시민들이 나서 자신들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한 것도 1987년 민주화항쟁 이후 20여 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기도 하지만 시간을 거듭할수록 새로움을 더해가는 의사표현 방식도 놀라움을 뛰어넘어 새로운 가치체계를 일궈내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하다.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새로운 양상을 띠고 있는 촛불 집회가 두 달 가까이 이어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소통의 정신이 자리잡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집회에 함께한 시민들은 새로운 사안이나 문제에 맞닥뜨릴 때마다 언제 끝날 지도 모를 대화와 토론을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모습을 잃지 않았다.
당장 맞갖은 해결책이나 뾰족한 답을 찾지 못해도 그러한 모습 자체가 지니는 의미는 적지 않다. 서로에게서 배우고 그 배움을 공동의 자산으로 가꿔나가는 모습이 최루탄이 난무하던 집회 문화를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린 아이부터 노인까지 촛불을 들고 나서는 것으로 표출된 ‘거리의 정치’가 제도정치로 흡수되고 해소될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 또 다른 고민이 있다. 정치권에서 내놓는 대책이나 언어적 수사는 어린 청소년들마저 설득시키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의 이면에는 소통의 부재라는 근원적인 문제가 놓여있다. 국민과의 솔직한 소통 없이 내놓는 후속 대책이나 인적 쇄신은 문제의 본질마저 흐려놓는다. 이 때문에 정부에 대한 신뢰는 그 어느 때보다 떨어져 있는 상황이다.
현재 정부와 정치권 등에서 보여주고 있는 일방적 소통은 참다운 소통이 아니다. 쌍방간의 소통만이 원래적 의미의 소통이라 할 수 있다. 국민과의 소통은 4, 5년마다 있는 선거 때나 필요한 것이라고 여긴다면 이 또한 변화한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의 발전 동력인 대화와 타협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진솔한 소통의 자세가 필요하다. 부단한 소통을 통해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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