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연아~”
어린 시절 ‘시골’은 할머니, 할아버지의 구수한 음성이 있었다. 논과 저수지 여기저기 뛰어 다니며 나는 자연과 벗이 됐다. 마을 어귀 가게 주인아주머니가 귀엽다며 줬던 쮸쮸바의 맛이 아직도 혀끝에 남아 있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시골은 웃음과 인심이 넘쳐흐르던 곳이었다. 그러나 이제 농촌에서는 더 이상 웃음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이농현상과 세계화라는 파고로 시름이 담긴 한숨만이 가득했다.
농민주일(7월 20일)을 맞아 찾아간 한 농가의 농민은 희망이 없다고 말했다. 땅에서 꿈을 꾸고 키워나갔다던 그는 24년 만에 그 꿈을 접어야 할 것 같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집근처 가게에서 파는 농산물이 어디서 재배됐는지 관심 갖지 않고 그저 싼 것만을 찾았던 과거의 모습이 떠올라 부끄러워졌다.
우리는 농민주일이 되면 ‘하느님은 농부이시다’(요한 15, 1)라는 성경구절을 상기하며 그동안 잊고 있었던 농민들의 노고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생활하면서 얼마나 많은 시간동안 그들의 노고를 떠올릴까?
더 싼 것만을 찾는 기자의 모습처럼 혹은 외국에서 수입돼 왔다면 다 좋다고 판단하는 착각 속에서 그들의 땀은 잊혀진 것은 아닌가.
농민이 없다면 우리도 없다. 생명의 터전인 ‘땅’을 돌보는 이가 없다면 우리는 더 이상 땅에서 살아갈 수 없다는 의미다. 지금과 같은 현상이 지속돼 그나마 남아있던 농민들도 농촌을 떠난다면 이 말은 곧 현실이 될 지도 모르겠다.
교회는 이러한 현상을 우려하고 10여 년 전부터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을 펼쳐오고 있다. 도시와 농촌이 더불어 살며 모두를 살리자는 운동이다. 건강한 먹거리의 생산과 나눔, 우리농 본부가 말하는 농민들의 땀에 대한 보상은 여기에 있다.
이번 주일에는 우리 농민들이 재배한 건강한 먹거리로 상을 차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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