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나는 고등학생 학부모가 되었다. 아이가 중학생일 때와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공기는 사뭇 달랐다.
먼저 입학식장. 이건 축하의 장소가 아니라 대학입시 설명회장이었다. 전년도 대학 진학률을 제시하며, 일류 대학에 들어가려면 어떻게 공부해야 하고, 어느 정도 성적이어야 하는지 상세하게 설명했다. 덧붙여 3년 고생이 평생의 행복을 좌우한다며 오로지 공부만 하라고 강조했다.
실제 우리 가족의 라이프스타일도 고등학생이 된 큰 아이의 스케줄에 맞추다 보니 기상과 취침 시간이 상당히 빠르고, 늦어졌다.
학원 수업을 마치고 11시 무렵에야 귀가하는 아이를 챙기다 보면 자정이 훌쩍 넘어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이라도 먹여서 등교 시키려면 적어도 새벽 6시 전에는 일어나야 한다. 달라진 라이프 스타일에 따른 피로감은 그래도 견딜만 했다.
그러나 학교에만 아이를 맡길 수 없고, 좋은 대학에 보내려면 반드시 사교육을 해야 하고, 그것도 잘 가르치고, 확실히 성적을 올려주는 선생님을 만나야 한다는 주변의 소문과 충고는 흘려 듣기 힘들었다. 실제로 아이의 중학교 때 친구들이 강남과 목동으로 속속 이사를 갔다.
한동안 나는 ‘지금이라도 강남으로 이사를 가야하는 것이 아닌가?’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켠에는 ‘어디서든 제 할 탓 아닌가?’하는 오기같은 것이 생겼다. 그때 강남행을 결행치 못해 비난 받는 일이 있더라도, 어떤 곳, 어떤 환경에서든 내 아이는 스스로 타고난 재능과 소명을 발현시키리라 믿는다.
왜냐고? 내 아이는 하느님의 입김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믿으니까.
김후남(파비올라.경향신문 특집기획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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