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교가 주님으로 고백하는 예수는 과연 역사적으로 실재하였는가. 성경과 다양한 전승(傳承)들을 통하여 전해져오는 예수 이야기는 한낱 신화나 설화에 불과한 것인가. 예수는 과연 실존 인물인가.
역사적 예수에 관한 논란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예수의 역사적 실재를 증명하는 방법에는 ‘다중 증언’ ‘설명가능성 원리’ ‘비유사성의 원리’ 등 다양한 논증들이 동원된다. 여기서 이 방법들에 대하여 장황하게 설명할 수는 없다. 지금까지의 성서학적 역사학적 연구 결과는 “예수는 실존 인물”이라고 결론내렸다.
실례를 무릅쓰고 어려운 개념과 단어들을 나열한 것은 최근 SBS가 제작 보도한 4부작 ‘신의 길 인간의 길’에 관한 논란 때문이다. 방송의 영향력은 실로 엄청나다. 지난 수개월 동안 온 나라를 ‘광우병’으로 뒤집어 놓은 것도 국내 한 공중파 방송의 시사 프로그램이 발단이었다. 이런 점에서 특히 지난 6월 29일 밤 방영된 1부 ‘예수는 신의 아들인가?’는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가 없다.
엔딩 메시지의 울림이 이 프로그램의 비약과 논리 전개의 허술함을 메울 수 있을까. 그래서 한마디로 묻고 싶다. 3년여 공을 들여 야심차게 내놓았다는 이 기획물을 왜 만들었는지.
프로그램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말하는 것이 되레 방영물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지나 않을까 싶어 영 내키지는 않지만 다음 몇가지는 지적하고 넘어가자.
SBS는 “한 뿌리인 유다교, 그리스도교, 이슬람의 소통이 기획의도”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러한 소통은 각 주체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존중이 필수다. 예수의 인성을 강조하면서 신성을 부정하거나 의문시 하는 것은 유다교와 이슬람과의 소통을 위해 그리스도교의 존립 근거를 와해시키는 것이다. 이는 수천년 동안 존속 발전되어온 그리스도교와 그 신앙인들에 대한 몰상식한 폭거다.
무리수는 이미 담당 프로듀서의 기획 모티브에서부터 예고됐다. 담당 김종일 피디는 ‘예수는 신화다’를 읽고 이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영지주의(靈知主義) 시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이 책은 검증되지 않은 자료와 논리전개 방식의 문제점을 들어 이미 서구 학계에서 반그리스도교 소설류로 치부되어 외면당한지 오래다. 이런 책의 내용을 무차별적으로 가져다 마치 방송사의 취재와 연구의 성과물인 양 보도했다.
김 피디는 또 “성경에는 무수한 모순들이 존재하지만 그런 것들이 교리에서 다 설명되지 않는다. 책 ‘예수는 신화다’에서는 상당 부분이 파격적인 내용들로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고 밝혔다. 책임 피디라는 이는 “문자적, 교조적으로 믿는 획일적인 기독교의 믿음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고 했다. 이 무슨 영웅심리인가. 담당 피디들의 고백에서 이미 이 프로그램의 주관성은 충분히 감지된다.
“유일신 종교인 세 종교의 대립각에 주목하여 세 종교의 기원과 얽히고 설킨 오해의 실타래를 풀고자 한다”고 했는데, 오해의 실타래를 푸는 열쇠가 그리스도교 신앙의 대상을 탈신화화의 명분으로 한낱 인간으로 몰아세우는 것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프로그램과 기획의도는 어울리지가 않는다.
그래서 ‘왜?’라는 의문이 꼬리를 문다.
이런 프로그램이 그리스도교 신앙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미미하다. 그래서 일일이 응대할 사안도 아니다. 공중파 방송이 ‘대 기획’이라며 내놓은 프로그램을 본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워서 하는 소리다.
행여 시청률 전쟁에 목맨 우리 방송들의 현주소가 아니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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