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젊은이들이 200여 년전 자국 신앙선조들의 발자취가 어린 한국땅을 찾았다.
지난 달 호주에서 열린 세계청년대회에 참가하고 귀국하는 길이다. 프랑스 생 드니교구 청년 120명은 서울 독산1동본당을, 노르망디 지역 청년 106여 명은 서울 문정동본당을, 릴르교구와 르왕교구 소속 청년 40명은 하비에르국제학교를 각각 방문해 한국교회와 한국의 전통 문화를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프랑스의 각기 다른 세 곳에서 한꺼번에 한국을 방문한 것도 이례적이다.
프랑스 청년들의 한국 방문은 보편교회 안에서 한 믿음으로 하나인 가톨릭교회의 진면목을 드러내는 소중한 기회가 아닐 수 없다. 그들은 한국방문 일성으로 “한국에서 순교한 조상님 만나러 왔다”고 했다. 또 “우리 선조들이 한국에 심어놓은 신앙 씨앗을 보러 왔다”고도 했다.
벽안(碧眼)의 젊은이들은 서울 절두산 성지와 충남 보령 갈매못 성지 등을 둘러보며 신앙선조들이 겪었던 고난의 역사를 몸소 체험했다. 또 세 팀의 젊은이들 모두 한국의 신자 가정에서 홈스테이 하며 서로를 더 가까이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파리외방선교회의 선교활동을 통한 한국과 프랑스 두 나라 교회의 인연은 각별하다. 자청하여 한국 선교사로 입국하려다 미처 한국땅을 밟지도 못하고 과로와 질병으로 세상을 떠난 브뤼기에르 주교, 이후 한국에 입국해 이 땅에 신앙의 씨앗을 뿌리고 싹을 틔웠던 모방 신부, 샤스탕 신부, 엥베르 주교를 한국교회는 기억한다. 선교사들은 박해를 피해 숨어든 교우촌을 방문해 성사를 집전하고 신앙의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했다.
프랑스 선교사들은 세 번에 걸친 박해시기에 모두 순교했으며, 이들 가운데 주교 3명을 포함한 10명은 1984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시성됐다.
이제 그 후손들이 신앙을 물려받았던 한국을 찾아 한 신앙공동체임을 확인했다. 독산1동본당에서는 프랑스 젊은이 10명이 한국 신자들과 함께 견진성사를 받았다. 보편되며 하나인 교회의 모습을 드러내는 감동적인 순간이다.
프랑스 젊은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열심한 한국 신자들의 모습에 감명받았다”고 했다. 한국교회의 역동성을 본 프랑스 젊은이들이 돌아가서 유럽에 가톨릭신앙의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는 주역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180여 년 전 극동의 작은 나라 한국에 와서 신앙을 증거한 선교사들의 삶이 기적이었다면, 오늘 한 자리에서 신앙을 고백하는 젊은이들의 모습 또한 기적이 아니고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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