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육체적 고단함을 잠시 잊게 하고, 어색했던 분위기도 부드럽게 바꿔주는 등 유익한 역할을 한다.
7월 15~20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제23차 세계청년대회에서도 술은 제 나름대로의 좋은 몫을 톡톡히 해냈다. 전국 각 교구 청년들로 이뤄진 한국 참가단은 대회 초반부터 술의 힘을 빌려 진작 하나됨을 이룰 수 있었다.
기자도 일과를 마친 후 몇 번 그들의 술자리에 초대돼 갔다. 청년들의 술자리에는 보통의 술자리와는 다른 유쾌함이 있어서 좋다. 술잔마다 열정이 넘쳐흐르고, 과자 부스러기 안주 하나도 놀이고 유희다. 여기까지는 참 좋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는 뜻이다. 한국 참가단이 머문 숙소에는 매일 밤 술판이 벌어졌다. 시간이 갈수록 여흥은 더해갔고, 삼삼오오 주당들만의 잔치였던 술자리는 그룹 전체 및 교구 전체로 퍼져나갔다.
대회의 폐막이 가까워오면서 술자리는 절정에 달했다. 숙소 여기저기서 노랫소리가 울려 퍼지고, 새벽녘까지도 발그레진 얼굴의 참가자들은 늘어갔다. 보다 못한 어느 교구 신부님은 금주령까지 내리기에 이르렀다.
기자 역시 애주가(?)의 한 사람으로서, 굳이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문제는 ‘정도’를 넘어 ‘지나침’에 있다. 전날 밤 술자리가 과해 일정에 참가하지 못했다는 한 청년의 고백은 두고두고 씁쓸함을 느끼게 했다.
폐막미사를 이틀 앞둔 7월 18일 저녁. 장엄한 ‘십자가의 길’에 감동 받은 각국 청년들은 밤늦은 시간까지 시내 성당 곳곳에서 성체조배를 하며 ‘주님’을 찾기에 여념이 없었다. 같은 시각. ‘십자가의 길’을 마친 한국 참가단은 또 다른 ‘주(酒)님’을 찾기 위해 주류전문판매점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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