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ve thanks to the Lord, for He is good His love endures forever’
저희 아파트 현관의 작은 나무 편액에 적혀 있는 시편(Psalm) 118장 1절 말씀입니다. 1998년 저희 가족이 세례를 받았을 때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지인이 주신 선물인데, 그후 10년 동안 현관에 걸어두고 있습니다.
우리말 가톨릭 성경에서는 같은 말씀을 “주님을 찬송하라. 좋으신 분이시다. 주님의 자비는 영원하시다”라고 옮겼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영어를 직역해서 “주님께 감사하라. 왜냐하면 주님은 선(善)이시고, 주님의 사랑은 영원하시기 때문이다”라는 뜻으로 읽고 있습니다. 저는 편액의 말씀이 참 좋았습니다.
하지만 막연하게 좋은 말씀이라고만 생각했을 뿐, 특별하게 주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2005년에 이한택 주교의 말씀이 담긴 ‘기도, 이렇게 쉽고 맛있을까’라는 제목의 콤팩트디스크(CD)를 구입해 들으면서 깜짝 놀랐습니다.‘스트레스를 예방해주는 양심성찰’이라는 제하의 말씀이었는데, 잠자리에 들기 전이나 일과를 마친 뒤 하루를 되돌아 보며 감사할 일을 찾아볼 것을 권하면서 “감사할 일이나 찬미할 일이 하나도 없다면 그것이야말로 확실한 거짓말입니다”라고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그 때 제 반응은 ‘아니, 확실한 거짓말이라니, 그렇게 감사할 일이 많단 말인가’였습니다.
이런 예화도 들었습니다. 이를테면 운전을 하다가 반대 방향에서 중앙선을 넘어오는 차를 아슬아슬하게 피한 순간, 욕을 했는가, 참아주었는가, 감사를 드렸는가를 되돌아본 뒤 내 반응이 긍정적이었다면 다시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부정적이었다면 주님의 이해와 용서를 구하는 기도를 드려야 한다는 겁니다. 그렇지만 저는 그 상황에서 상대방을 욕하는 것이 자연스럽지, 주님께 감사를 드릴 수 있겠는가하고 생각했습니다.
‘성령 느끼기’라는 제하의 말씀에서는 산책을 하면서 오관(五官)기도 하는 것을 권했는데,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성령을 한가슴 들여마시고 산책을 시작하면서 “나는 생명을 유지시켜주는 산소가 늘 공급되고 있다는 사실에 얼마나 자주 감사하고 있는가”하고 질문해 보라는 거였습니다. 또한 주변을 둘러보면서 만일 내가 시각장애인으로 태어났다면 내 인생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상상해보고 주님께 시력을 주신 데 대해 감사를 드리라는 거였습니다.
시각 뿐 아니라 청각, 촉각, 후각, 미각에 이상이 있었다면 오늘의 나는 어떻게 달라졌을까를 차례로 생각해보고 감사의 기도를 올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말씀을 듣는 순간, 저는 당연하게 주어진 것인데 그런 것에도 감사를 드려야 하는가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러하니, 저는 그 CD를 서너 차례 듣고도 주님께 감사의 기도를 많이 드리며 살아야겠구나 하는 생각만 했을 뿐 실천은 거의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중 올해 초 미국의 텔레비전 방송 진행자로 유명한 데보라 노빌이 지은 ‘감사의 힘’이라는 책을 구해 읽었습니다. ‘감사의 힘’은 저자의 경험과 여러 사례, 심리학. 행동과학적인 조사, 전문가들의 입을 빌어 감사하는 마음이 위대한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 주었습니다.
심리학 교수들의 실험 사례도 제시합니다. 그들은 1년 간의 심층분석 끝에 감사하는 태도를 갖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한 실험 참가자들의 변화한 모습을 무려 20개 덕목으로 정리했습니다.
삶에서 더 행복하다고 느끼게 되었다, 활력이 넘치는 생활을 하게 되었다, 운동을 더 열심히 하게 되었다, 다른 사람을 돕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게 되었다, 스트레스에 강해졌다, 가족관계가 돈독해졌다….
그 책은 평범한 것 ,아주 사소한 일에도 감사하는 사람이 더 건강해지고 행복해질 수 있다고 얘기합니다. 고난과 슬픔, 나쁜 일을 겪어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 더 빨리 극복할 수 있다는 겁니다.
자주 모욕을 주는 상사를 만났을 때에도 자꾸 감사하다는 말을 하다보면 ‘나를 강하게 단련시켜주는 고마운 사람’이라고 여기게 된다고 합니다. 아울러 감사하는 마음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매일매일 연습과 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저는 그 책을 읽은 뒤에야 비로소 시편 118장 1절과 이한택 주교의 말씀이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점점 더 각박해지고 있습니다. 지난 대선 때 한 후보는 우리 국민이 행복 바이러스에 감염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습니다만, 행복 바이러스는 바로 주님께 감사하는 마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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