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해성사가 냉담의 주된 원인이라는 설문 조사 결과는 매우 충격적이다.
지난해 가톨릭신문사가 창간 80주년 기념사업으로 서울 통합사목연구소에 의뢰해 실시한 ‘종교의식과 신앙생활’ 조사에서 냉담을 풀고 회두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한 이들 가운데 33.9%가 ‘고해성사에 대한 부담 경감’을 냉담을 푸는데 필요한 사목적 배려의 제1순위로 꼽았다.
수원교구 복음화국이 실시한 ‘쉬는 교우 대상 설문’에서도 전체 응답자의 25.3%가 냉담의 첫번째 원인으로 ‘고해성사’를 지적했다. ‘생활고’ 등 기타 이유로 냉담에 빠진다고 했던 과거와는 판이하게 다른 양상이다. 한마디로 고해성사가 냉담의 빌미가 됨과 동시에, 회두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성사(聖事)’의 본래 의미를 생각할 때 고해성사가 냉담의 요인이자 냉담회두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현실은 참으로 안타깝다. 고해성사에 대한 부담감이 오랜 공백을 낳고 이는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로 인한 심리적 자괴감과 불안감, 죄의식의 심화로 결국 자의반 타의반 냉담에 빠지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
고해성사에 대한 부담은 우선 형식의 문제이다. 고해실에서 사제 앞에 무릎을 꿇고 죄를 고하는 전통적인 방식에 대한 거부감의 표현일 수 있다. 이것은 세속화와 인간중심적 사상이 팽배한 현대인들에게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다. 더구나 물질주의가 만연한 세상에서 고해성사의 신앙적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냉담의 원인이라고 해서 고해성사의 본래 의미가 축소될 수는 없다. 성사는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은총을 매개하는 보이는 일(聖事)’이다. 가톨릭교회교리서도 “고해성사의 완전한 효능은 하느님의 은총을 회복시켜주고 하느님과 결합하게 해주는 것”이라고 가르친다.
이처럼 고해성사는 ‘하느님과 이루는 화해’이다. 하느님과 화해하는 고해성사는 영적 부활과 하느님 자녀로서 지니는 품위와 삶의 선익을 회복시켜준다.
고해성사에 대한 신앙적이고 교의적인 가르침을 강화하는 것이 해결책이다. 인간적 불안과 부담감을 극복하는 길은 더 깊은 이해와 체험이 지름길이다. 아울러 전통적인 방법만을 고수하기 보다 면담성사 등 다양한 방법들을 도입하는 사목적 배려 또한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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