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어김없이 닥치는 수해와 태풍 등 자연재해가 올해는 심각한 수준이 될 수도 있다는 기상청의 예보다. 인간의 환경 파괴 행태에 화난 자연의 몽니가 그 어느 해보다 심할 것이라는 것이다. 우선 예년에 비해 유난히 기승을 부렸던 7~8월 불볕 더위부터 심상치 않다.
교회는 그동안 되풀이 해온 자연재해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 다양한 방안들을 모색해 왔다. 서울대교구를 비롯한 각 교구들은 재해재난 긴급 구호 기구를 설립했으며, 일부 교구에선 대처 매뉴얼까지 만들기도 했다. 서울대교구 카리타스 봉사단은 최근 구호품을 점검하는 등 재해 재난 대비 훈련까지 실시했다.
하지만 현 수준의 대처 방안은 지극히 단편적이라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피해가 예상되는 20~30년 이상 노후 성당과 농어촌 공소 건물들에 대한 종합 진단이 당장 필요하다. 최근 지반 붕괴로 아찔한 경험을 했던 꽃동네 등 전국 교회 운영 복지시설과 성지, 피정의 집, 캠프장, 야영 시설 등에 대한 안전 점검도 서둘러야 한다.
아울러 현 긴급 구호 체계에 대한 체질 또한 개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구호 전문 인력의 부족이다. 순수 자원봉사자들은 많지만 실제 상황이 닥쳤을 때 현장을 파악하고 복구활동을 이끌 수 있는 전문가는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각 교구 간호사회, 의사회, 운전기사사도회, 아마추어 무선사회 등이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구호품에 대한 준비도 철저해야 한다. 구호품은 재난 발생 직후, 즉각적으로 이재민들에게 전달되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재난 발생 후 모금을 시작해, 1~2주 후에 물품을 마련한다면 이런 구호 활동은 하나마나다.
매스컴 보도가 나온 곳에만 구호품이 집중되는 현상도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더 나아가 2차 헌금이나 일회적인 인력 물품 지원을 넘어선 중장기적 지원 방안 또한 함께 모색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어려움을 함께 나누려는 신앙인들의 따뜻한 마음이다.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에게 탁월한 애덕의 실천이며, 이에 관해서는 교회의 전통 자체가 증언하고 있다(교황 요한 바오로 2세 회칙 「사회적 관심」 42항 참조). 그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우리 모두 기도 안에서 사랑을 모을 수 있어야 한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