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라는 소설과 영화를 기억할 것이다. 이 제목은 원래 헤밍웨이가 자신의 소설 표지에 실은 시의 제목이고, 이 시는 존 단(J. Donne)이라는 영국 시인의 노래이다. 이 시는 다음과 같이 시작된다.
어느 누구고 하나의 섬도 아니요,
스스로 온전하지도 않나니,
사람은 모두가 대륙의 한 조각, 본토의 한 부분,
그 한 조각의 땅덩어리를 파도가 씻어가면,
씻긴 만큼 해안이 잠기고 유럽의 땅이 줄어드는 것이요,
그대 친구, 그대 자신의 농토가 줄어드는 것이니라...
유럽의 모래알 하나가 바다에 빠지는 것은 곧 유럽이 바다에 빠지는 것이라는 뜻이다. 이 시는 모든 생명이 하나의 유기체임을 노래한다. 이는 곧 땅의 유기체성에 기초하며, 땅의 유기체성은 그 나라의 정신적 유기체성, 즉 민족적 정체성에 기인한다.
요즘 우리나라는 독도문제로 들끓고 있다. 금년 출범한 이명박 정부가 일본과 미국방문을 마치고 비행기 트랩을 내리자마자 터진 문제이다. 그것도 일본에서 발발하여 미국으로 현재 진행 중인 문제이다. 현 정권으로서는 뒤통수를 호되게 맞은 셈이다. 그리고 연일 비난의 목소리가 현 정권에 쏟아지고 있다.
그렇지만 독도에 대한 침탈은 오늘에 터진 것이 아니다. 일본은 오래 전 박정희 정권의 구한일협정에서 실마리를 잡기 시작했다.
그 다음 김대중 정권의 신한일협정을 통해 한일 중간수역에 독도를 놓는 데에 성공했다. 이어서 일본은 노무현 정권의 침묵 속에 다케시마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비로소 그리고 드디어 현 정권에 이르러 독도를 한국과 일본 사이에 위치한 분쟁지역으로, 다시 말하자면 주인이 정해지지 않은 땅이라고 전 세계에 선포하는 데에 미국의 영향력을 빌리게 된 것이다. 물론 이는 미국의 태도 변화로 아직 완전히 성공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는 우리가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교훈이 들어 있다.
첫째로, 독도는 우리의 경제적 논리에 따라 조금씩 조금씩 일본의 바다에 빠지기 시작한 것이다.
독도에 대한 일본의 침탈 계획은 점진적이고 집요하며 그리고 중요한 것은 경제적 대가에 따라 진행되어 왔다. 이러한 계획 하나하나는 우리의 경제적 혼란기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즉 박정희 정권기의 경제개발계획과 맞물려 구한일협정을, 김대중 정권기의 IMF 시기에 신한일협정을, 노무현 정권기의 불경기에 다케시마 조례안을, 비로소 그리고 드디어 현재의 소위 말하는 보수적 정권기에 한 미 일의 분위기를 타고 독도의 분쟁지역 선포를 만방에 알리고자 한 것이다.
둘째로, 독도는 교육의 논리에 따라 조금씩 일본의 바다에 빠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수능의 논리에 밀려 교육의 근간을 이루는 문학과 역사 그리고 철학을 휴지통에 넣어버린 것이다. 특히 우리가 역사교육을 소홀히 하는 틈에 일본은 바로 그 역사교육을 통해 독도를 차지하고자 한 것이다.
그렇다고 실제 기본교육과 평생교육으로 실행되지도 않는 우리의 역사교과서에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적는 것만으로 충분한 대응이 되는 것은 물론 아닐 것이다.
그러므로 한 나라의 땅은 아무런 이유 없이 빼앗기는 것도 아니요, 갑자기 땅부터 빼앗기는 것도 아니다. 땅을 빼앗기기 전에 정신을 잃고, 문화를 잊어버리고, 역사를 망각한 다음에야 비로소 땅을 빼앗기기 시작한다.
물론 한 나라의 경제는 어쩌면 한 나라의 존폐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그러나 우선순위에서 경제보다 정신과 교육을 중시하고 존중할 때 비로소 경제도 소용이 있을 것이다.
경제는 잘 살기 위한 것이요, 인간에게 잘 산다는 것은 결국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 잘 살고 있다는 것도 자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역사에서 나라를 빼앗기는 것이 어떤 일인지를 이미 체험했다. 그러므로 독도가 일본의 바다에 빠지는 순간 대한민국이 일본의 바다에 빠진다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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