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베이징은 드라마 촬영장이다. 각본 없는 드라마로 전 세계인은 울고 웃는다. 이렇게 세계를 들썩이게 만드는 블록버스터급 드라마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올림픽 사상 8관왕을 차지한 미국 수영의 펠프스, 동양인 사상 최초로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박태환, 남자 육상 100m 세계신기록을 수립한 볼트와 이번 올림픽에서 세계신기록을 5번이나 갱신한 장미란. 이 모든 선수들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기에 손색이 없는 실력과 업적을 낳았다.
그러나 국내에서 파란눈을 가진 외국 선수가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이른바 올림픽 최고 훈남이라 불리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유도 60kg급 은메달리스트인 루드비히 파이셔(오스트리아)선수. 결승에서 최민호에게 한판으로 은메달에 그친 파이셔는 매트에 쓰러져 우는 최민호를 위로하며, 상호 경례가 끝난 후 최민호의 손을 잡고 높이 치켜세워 최민호의 승리를 축하했다.
나는 이 장면에서 최민호의 한판승 보다 더 극적이고 아름다운 드라마를 보았다.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 가장 아름다운 패자이자 승자로 기억될 파이셔를 보며, 1등만을 강요하고 기억하는 안타까운 현실에 쓴 웃음이 지어졌다.
1등이 아니면 곧 패배자라는 잘못된 인식과 서로를 시기하고 견제하며 살아가는 삭막한 현실에서 ‘우리 아이들이 진정한 승리와 아름다운 패배를 경험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이번 베이징올림픽에서 보여준 파이셔의 아름다운 모습은 그 어떤 금메달보다 값진 진정한 승자의 모습이었다.
올림픽을 위해 4년동안 열심히 준비하고 땀 흘린 모든 선수들을 위해 큰 박수를 보낸다.
김정수(안드레아, 여러분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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