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제국은 B.C 7세기 경에 이탈리아 중서부에 정착한 라틴족(Latin)의 작은 부락들이 합동해서 형성한 도시국가로 시작한 나라다. 로마제국 전성기의 영토는 대략 350만 평방 킬로미터였으며, 인구는 7천만으로 추정된다.
고대 도시국가들은 대부분 수시로 전쟁을 통하여 필요한 많은 전리품과 노예를 확보하였으며, 로마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로마제국의 초기 정복전쟁은 막대한 전쟁비용을 부담하기는 하였지만 반면에 수탈에 의한 이득이 훨씬 커 로마의 경제적 번영을 이루었다.
대지주, 귀족들은 정복에서 얻은 공유지(Ager Pulicus)를 독차지하였고 나중에는 다년간의 종군으로 피폐한 소시민들의 토지까지 합병하여 대농장(Latifundium)의 소유자가 되었다.
라티푼디움은 전쟁, 약탈에서 얻은 노예의 풍부한 노동력을 이용하여 포도, 올리브를 재배하고 그 가공품을 이탈리아 여러 도시 및 해외로 수출하여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 이렇게 노예노동에 의존한 라티푼디움은 정복전쟁으로 노예가 풍부한 시기에는 유지될 수 있었지만 2세기에 들어 더 이상 전쟁을 통한 노예공급이 어려워졌고, 노예노동을 통한 생산성은 낮아지고 장비 파손율은 높고, 노예를 감시하는 비용 또한 증가하여 경제성을 상실하게 되었다.
또한 부패하고 불안정한 정치가 로마제국 멸망의 큰 원인이 되었다. 생산 활동에 쓰일 소중한 인력과 자원이 파괴적인 정권 쟁탈전에 소모되었고, 관리들은 권력을 남용하여 치부하였다.
한편 귀족들은 독립된 권력을 갖춘 대지주가 되어 문화생활을 즐기며 여생을 보내는 것이 최고의 인생이라고 생각하였다. 생산을 위한 노동이나 상업은 노예들 같은 천한 사람이 하는 것으로 인식하였으며, 노동력을 절감하거나 생산성을 높이는 데는 별 관심이 없었다. 그들은 도시생활의 후원자로 자기들의 도시를 웅장하게 장식하기 위한 개선문, 신전, 원형극장, 공중목욕탕 등을 건설하였으나 생산과는 거리가 먼 소비적인 것이었다.
귀족이 아니었던 일반 시민들은 귀족의 사치스러운 생활을 동경하고 그들처럼 되고 싶어 했다. 결국 고위직의 부패는 중간층과 하류층을 약화시키고 소외시켰다.
로마 제국은 4, 5세기로 갈수록 막대한 국방비를 부담하기가 어려워졌다. 평화 시에도 정복지를 수비하거나 관리하는데 막강한 군대가 필요하였으며, 그에 따른 막대한 비용이 요구되었다. 즉 로마는 외부로부터의 침략으로 멸하였다기보다는 정복전쟁과 수탈경제의 도구로 사용한 막강한 군대의 유지비를 감당하지 못해 내부로부터 붕괴되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과거에는 정복 전쟁을 통한 전리품으로 제국의 번영을 이루었으나 더 이상 정복 전쟁으로 수탈할만한 곳이 없어 수탈경제의 종말을 보게 된 것이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로마제국의 멸망 원인은 경제적인 취약성과 불안한 정치문화, 귀족들의 사치스러운 생활이 원인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현재 우리나라의 모습과 비슷한 상황이 아닌가 생각된다.
경제적으로는 외국 근로자에 의한 생산과 에너지 소비량이 높은 산업구조로 대외적인 경제환경에 취약하며, 정치적으로는 타협을 모르는 극한 대립으로 국력을 소비하고, 사회 지도자들의 가치관은 생산적이기보다는 소비적이며, 과시욕에 사로잡힌 호화스러운 소비로 중하계층으로 하여금 그들의 사치스러운 생활을 동경하게 한다.
국가는 더 큰 정부청사와 그들의 치적을 장식하는 각종 기념물로 넘쳐나고, 공무원의 숫자를 늘려 결과적으로 국가재정을 낭비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 또한 지방청사를 경쟁적으로 더 크게 더 높게 더 화려하게 건축하며, 화려하고 낭비적인 정체불명의 지방축제를 앞다투어 마련하며 소비를 조장하고, 각종 통계를 인용해 선거시 지지해 준 사람들을 지방공무원으로 채용해 공무원 수를 늘리며 지방재정을 고갈시키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지속적인 재정지출의 확대를 요구하게 되어, 로마경제가 과도한 군대 유지비를 충당하지 못하여 멸망하였듯이 우리 경제의 무거운 짐이 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제 정부는 경제구조를 재조정하여 경제적 취약점을 보완하고 지도자들은 올바른 가치관과 모범적인 생활로 국민의 의식을 선도하며, 정치가들은 과시적인 행정보다는 효율적인 예산집행으로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는 정부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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