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리스도께서 하느님의 마음에 드시는 하나뿐인 희생 제사를 바치셨듯이 저의 온 생애도 하느님께 드리는 영원한 제물이 되게 하소서.”(부활 주간 예물기도 中)
인간적 눈으로 보면 예수님은 바보다. 죽음을 피할 수 있었으면서도 피하지 않았다. 고통을 피하지 않고 묵묵히 하느님 뜻에 따르셨다. 피가 철철 흘러날 정도로 매를 맞았고, 십자가에 못박히셨다. 이런 바보가 또 있는가. 하지만 생각해 보면 바보이셨기 때문에 온전한 희생 제사를 바칠 수 있었다.
문제는 그리스도를 따르는 우리들이 과연 그 모범을 따르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우리는 과연 제물이 되기를 거부하고 있는것은 아닌가.
사제가 되면서 가장 고민을 한 것이 과연 내가 나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오로지 하느님을 위한 삶을 살 수 있는가 하는 문제였다. 그러던 중 우연히 접한 부활주간 예물기도는 하나의 빛과 같은 것이었다. 나는 예물이 되기로 했다. 나의 온 생애가 영원한 제물이 되기를 희망했다.
하지만 사제도 인간이기에 고통이 달가울리 없다. 유혹은 끊임없이 “편하게 살아” “대충대충 살아” 라고 속삭인다. 그래서 지나온 사제의 삶을 돌이켜 보면 부끄러운 점이 더 많다. 나 자신이 제물이 되기 보다는 평신도의 교육자, 평신도를 가르치는 지도자로 살아오지는 않았나 반성해 본다.
제물은 바쳐지는 것이다. 나의 중심에 ‘나’가 가득해서는 안된다. 제물은 나의 중심에 ‘나’가 아닌 ‘그분’이 들어오는 것이다. 제물이 하느님 앞에 바쳐질 때 그 제물은 더 이상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자신은 온전히 무(無)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제물이다.
또 다시 주님 대전에 무릎을 꿇는다. 그리고 기도한다.
“주님 저의 온 생애가 당신 제물이 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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