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의료수가 현실이 낙태를 방조하고 부추기는 주요한 원인이라는 의료현장의 목소리는 보건행정 당국을 비롯한 우리 사회가 새겨 들을만하다.
지난 22일 주교회의 생명31운동본부와 프로라이프(Pro Life)가 공동 주최한 ‘모자보건법과 산부인과 의료수가 개선방안’ 주제의 세미나에서 의료인들은 한결같이 “비정상적인 의료수가 현실이 산부인과 의사들을 낙태의 유혹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소 개인병원 개업의가 현장에서 겪는 경제적 어려움은 그들을 낙태로 내몬다”며 현실적인 의료수가 개선을 촉구했다.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마치 산부인과 의료수가 문제가 낙태를 방조하는 제일 원인인 것처럼 주장되어서는 곤란하다. 물론 산부인과 의사들이 현실적인 의료수가 개선을 요구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부가 분만비용을 일부 지원한다지만 저수가, 저출산율, 고위험 의료분쟁 등으로 인한 원가대비를 고려할 때 산부인과 병의원의 어려움은 매우 크다.
특히 전체 출산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조산(早産)의 경우, 이를 막기 위한 조산억제제 사용, 자궁경부봉합수술, 장기간 입원 등을 감안할 때 현 의료수가는 턱없이 낮다. 결국 제대로 된 분만시설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적자를 감수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저출산으로 인해 분만의 절대수가 감소함으로써 산과(産科)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운 상황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낮은 의료수가와 경제적인 어려움을 들어 낙태를 방조하거나 부추기는 의료행위에 면죄부를 줄 수는 없다. 그것은 인간생명을 보호하고 존중해야 하는 의사로서의 근본자세를 망각한 직무유기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의료수가가 개선되고 적절한 수입이 보장된다고 해서 지금과 같은 낙태 현실이 개선될지도 모를 일이다.
낙태 문제는 무엇보다 태아의 생명권에 대한 몰인식과 태아생명을 인정치 않으려는 극단의 이기심 탓이다. 산부인과 의료수가를 재평가하고 현실화함으로써 의료 여건을 업그레이드시키는 것도 필요하지만 ‘태아는 생명’임을 인식하고 확산시키는 노력이 더욱 시급하다. 우리 사회엔 낙태 시술 전력(前歷)을 뉘우치며 폐업까지 마다하지 않은 양심적인 의료인들이 드물지만 있다.
아울러 낙태죄를 규정한다면서 되레 낙태면죄부법으로 전락한 개정 모자보건법 철폐를 위해서도 강력히 대처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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