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요한 6, 68)
사제 수품을 앞두고 김수환 추기경님과 면담을 했습니다. 추기경님은 제가 선택한 성구가 무엇인지 물어보시고 그 이유를 말해 보라고 하셨습니다.
“제가 신학교 생활을 하는 동안 몇 번의 위기가 있었습니다. 제 자신에 실망해서, 또는 다른 이들이 못마땅해서 신학교를 나갈 생각을 몇 차례 했습니다. 이제 저는 감사하게도 사제품을 받습니다. 그렇지만 오랜 세월 사제 생활을 하면서 분명히 위기가 찾아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래서 그때마다 이 성구를 보면서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고자 선택했습니다.”
제가 설명을 하는 동안 추기경님께서는 눈을 지그시 감으시고 계속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제 이야기가 끝났을 때 추기경님은 갑자기 말씀을 던지셨습니다. “강신모” “예?” 저는 깜짝 놀라서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다시 추기경님께서는 “빼기(-)”라고 말씀하셨고, 저는 어안이 벙벙해서 “예?”하고 여쭸습니다.
그러자 추기경님께서는 또 다시 “그리스도는 무엇이냐?”하고 물으셨습니다. 제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자, 추기경님께서는 큰 소리로 마지막 말씀을 하셨습니다.
“빵이야 빵! 예수 그리스도 없으면 너는 아무 것도 아니야! 그러니 절대로 예수님을 떠나지 마라!”
사제 수품 때의 제 예상대로 사제 생활 15년을 하면서 또 다시 몇 번의 방황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제가 선택한 성구와 추기경님의 “빵이야! 빵!”이라고 하신 말씀을 기억하면서 인내로써 그 위기가 지나가기를 기다렸습니다.
앞으로도 더 긴 사제 생활을 걸어가야 합니다. 제 자신의 허물이나 동료들의 허물을 보지 않고 “주님의 영원한 생명의 말씀”에 의지하며 꿋꿋이 살아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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