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은 한국교회가 기억하는 순교자성월이다. 순교자성월은 신앙 선조들의 열정과 순교로써 지킨 신앙의 가치를 되새기고, 그러한 선조들의 열정과 신앙을 우리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특별히 기도하고 노력하는 때이다.
103위 순교성인과 순교신심은 한국교회의 보화이다. 잘 알려진대로 한국천주교회는 순교로 피어난 꽃이다. 모진 박해 속에서도 죽음으로써 신앙을 증거한 신앙 선조들의 피와 땀은 오늘날 한국교회의 자양분이 되었다.
순교자들의 삶은 신앙이 무엇인지, 우리가 신앙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몸소 실천으로 보여준다. 순교자들은 신앙과 괴리되지 않은 실제 삶을 살았다. 그들은 “밭에 뭍힌 보물”을 발견하고 가진 것을 전부 팔아 밭을 샀다. 신앙은 전부 아니면 아무 것도 아님을 삶을 통해 보여준 것이다.
순교의 정신과 순교영성을 이해하고 실천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신앙선조들처럼 목숨을 내어놓고 신앙을 증거해야 하는 시대도 아니다. 그러나 순교영성이 우리 삶의 뿌리에 자리잡아야 함은 당연하다.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는 성경의 말씀처럼 순교의 영성은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그리스도인들의 삶을 규정짓는 바탕이다.
순교영성의 실천은 작은 것에서 비롯된다. 일상(日常) 안에서 사는 순교영성이야 말로 현대 교회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소박하면서도 필수적인 요소다. 일상에서의 순교영성은 나눔에서 드러나야 한다.
성경은 “가난한 이가 행복하다”고 말한다. 가난이 행복의 조건임을 증거하고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교회요 그리스도인의 사명이다. 또 그러한 삶의 토대가 되는 것이 순교영성이다.
신앙인들은 세상 사람들의 눈에 어리석게 보이는 것이 가치있는 것이며, 십자가는 그 어리석음의 극치임을 받아들인 사람들이다. 세상이 온갖 욕심과 이기심에 빠져 있을때, 내 것이 넘쳐서가 아니라 부족한 채로 내 것을 내어놓고 나누는 것은 현대적 의미의 순교다. 세상을 거슬러 생각하고, 세상의 가치와 영적인 가치를 분별하여 사는 것이야말로 순교영성을 삶속에 체화하고 내면화하는 지름길이다.
순교자성월을 지내며 다양한 기념행사와 성지순례도 필요하지만 순교영성을 일상 가운데 뿌리내리기 위한 노력들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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