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에게서 좋은 것을 받는다면, 나쁜 것도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소?” (욥기 2, 10)
신학과 5학년이 되던 해 2년간 휴학을 하고, 예수님의 삶이 가장 소외받고 어려운 이들에 대한 동정과 연민의 삶이었기에 나 자신 또한 그런 삶을 살아보리라 생각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소외받고 외면당하는 곳은 어디인가? 곰곰이 생각하며 자료를 찾다가 한하운의 ‘보리피리’를 읽고 소록도로 마음이 끌리게 되었습니다.
사실 성경 안에도 사람이 나병에 걸리면 사제는 그를 부정한 자라고 선언하고(레위 13장), 그는 그동안 누렸던 삶의 모든 것을 빼앗기게 되지요. 한센병은 불치병으로 자신뿐 아니라 가족 모두가 고통과 좌절을 겪게 되는 재앙이었습니다.
소록도에서 9개월간 봉사활동을 하면서 만난 환우들의 모습은 충격이었습니다. 일제 강점기에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손도 발도 눈도 없는 심한 환우들을 보면서 너무나도 마음이 아팠습니다. 아니, 그들을 이렇게 방치한 하느님을 원망할 때도 종종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더 충격을 준 것은 불행과 재앙의 한 가운데에 있는 그들도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생활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위로받아야 할 환우가 오히려 봉사자를 격려해 주는 모습을 보며 또 다른 하느님의 섭리를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우리들 삶은 좌충우돌 많은 일들이 내 뜻대로 이뤄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지치고 힘든 삶의 굴레에 짓눌려 있을 때가 더 많은 것이 사실인 것 같습니다. 남들은 잘 살고 있는 듯 보이는데, 나만 고통 속에 짓눌려 있는 듯 생각하곤 합니다.
소록도의 체험은 삶의 무게에 짓눌려 나 자신의 힘으로는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절망감에 사로잡혀 있을 때, 우리들이 깨닫지 못한 하느님 이끄심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서품 성구로 욥의 고백을 선정하면서 인간의 고뇌 속에 담겨진 하느님의 섭리를 고백하고 싶었습니다. 서품 8년째, 힘든 과정일지라도 주님이 함께하신다면 어떤 처지에서든지 감사드리며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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