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권 들어서 불거지기 시작한 정부와 불교계의 갈등이 수습되기는커녕 악화일로에 있는 듯 보인다.
이러한 기류는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9월 3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60.3%(매우 공감 38.4%, 대체로 공감 21.9%)가 ‘현 정부가 종교 편향적이라는데 공감한다’고 답해 ‘편향적이지 않다’고 응답한 의견(30.1%)을 크게 웃돌았다. 지난 8월 같은 조사에서 ‘현 정부가 종교 편향적’이라고 응답한 비율(54.1%)보다 5% 이상 증가한 수치다. 특히 ‘현 정부가 종교 편향적이라는데 매우 공감한다’는 의견은 앞서 26.8%에서 이번에는 37.4%로 10.6%포인트나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재는 이러저런 이유로 상처를 입은 불교계보다 정권 핵심이 여전히 종교 편향적인 자세를 버리지 못하고 있는 탓이라고 보인다. 이 때문에 여당 내부에서도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책임이 적지 않은 이들에 대한 경질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지만, 정부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으로 인해 이후 정부가 내놓고 있는 일련의 수습 방안들도 갈등을 치유하고 화합하려는 진정성보다는, 문제의 핵심을 외면한 채 오만과 독선이 두드러져 불교계는 물론 종교계 전반에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세상 어디서도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종교가 어울려 살아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종교인들간의 대화와 교류는 사회의 안녕과 발전을 위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중요한 요소다. 종교와 종교인들이 반목하고 대립할 경우 야기되는 부작용들을 우리는 이미 역사를 통해서 잘 알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그간 우리나라에서는 종교간 갈등과 반목이 심각하게 나타나지 않았으며, 오히려 뜻있는 종교인들의 노력으로 종교간 화해와 협력이 꾸준히 확산돼왔다.
가톨릭교회는 하느님나라를 향한 여정을 걸어가고 있는 신자들이 선의의 모든 이들과 함께 서로를 존중하고 사랑함으로써 평화와 화해의 공존을 이뤄야 한다는 일관된 입장을 견지해오고 있다. 이에 따라 교회는 세상의 평화와 화해, 일치를 위해 그 어떤 종교 못지 않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다시 한번 그리스도인들을 비롯한 모든 종교인들이 종교의 벽을 뛰어넘어 이웃으로 자리해야 하는 종교와 종교인들의 소명을 되새기며 공동선을 위해 힘과 지혜를 모아나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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