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는 왜 존재하지 않고 존재하는 것일까? 장미는 왜 피어있는 것일까? 장미는 왜 지고 마는 것일까? 사람들은 장미를 잘 가꾸어 돈을 벌고자 한다. 조경을 잘 하여 돈을 벌고자 한다. 사람들은 매사에 자신의 이익을 염두에 두고 사물을 생각하는 버릇에 물들어 있다.
사람들은 진리를 말한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자신을 염두에 두고, 자신의 이익을 염두에 두고 그렇게 한다. 하느님을 믿는 경우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사람들은 극히 자기가 중심이 되어 모든 것을 해석하고 그것을 참이라고 여기고 살고 있다. 그 경향은 더욱더 심화되고 있다.
그 결과, 우리는 참다운 우리 자신으로부터, 하늘과 땅과 그 안에 자리 잡고 있는 모든 것으로부터, 급기야는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지게 되었다. 우리는 이 모든 것에 대해 아무 것도 알지 못하게 되고 말았다.
우리가 우리 중심적인 생각을 버리고 장미를 무심히 쳐다보고 있으면 장미는 다음을 우리에게 말할 것이다.
“나에게는 근원을 알 수 없는 생명력이 있지요. 이러한 생명력은 인간을 아득히 넘어서는 그 무엇(하느님)으로부터 온 것이지요. 저는 그 끝을 도무지 짐작할 수 없는 한 없이 깊고, 한 없이 넓은 푸른 궁창인 하늘이 있어서 자랄 수 있지요. 그리고 모든 것을 생성하고 자라게 하는 어머니인 땅이 있어서 제가 살고 있지요.
또한 나의 생명력에 날마다 혼을 불어 넣어주는 공기와 물이 있어서 제가 활짝 꽃을 피울 수 있지요. 게다가 낮이면 해가, 밤이면 달이 저를 비추고 있어서 저는 외롭지 않답니다. 저를 살고 자라게 하는 이 모든 것도 하느님으로부터 비롯된 것이지요. 사람들이 자기 멋대로 생각하는 하느님이 아닌, 참다운 하느님의 음성이 제 속에 들어 있지요. 저는 세상의 진리를 드러내고 있지요. 하지만, 하느님이 저를 통해 자신을 숨김없이 직접적으로 말을 건네고 있어도 인간들은 아무도 들어주지 않아요.”
우리는 참으로 우리 중심으로 자신과 세계를 엮어 나가는 데 익숙해져 있다. 인간 중심적 사고에 빠져 있다. 예컨대 우리는 편리함을 위해 온 도시에 아스팔트를 까는 일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비가 조금이라도 오면 도시는 물바다가 되고 만다. 게다기 빗물은 하수구를 통해 곧장 바다로 흘러들어 가고 만다.
물이 도무지 저장될 수 없는 도시가 되고 말았다. 도시에는 물이 없다. 부산의 경우, 물을 물금에서 끌어온다. 그런데 약간만 비가 오지 않으면 바닷물이 물금취수장까지 역류한다. 그것을 막기 위해 낙동강 하구언 둑을 만들었다. 하구언 둑을 만들고 나니까, 강물이 흐르지 않게 되었다.
강물이 고여 흐르지 않고 빙빙 돌고 있다. 강 따라 떠내려 온 쓰레기는 파내고 또 파내어도 강바닥에 계속 쌓여 있다. 수많은 쓰레기와 오염 물질을 정화하는 능력을 가진 강 하류가 쓰레기 처리장이 되고 말았다. 또한 바다 생물의 자궁인 강 하류가 바다 생물을 죽이는 죽음의 공간으로 바뀌고 말았다.
이는 인간 중심으로 생각할 때 발생하는 하나의 나비 효과의 사례이다. 우리가 하늘과 땅, 그 안에 있는 모든 생명을 있게 하는 하느님을 망각할 때, 발생하는 나비 효과의 사례이다.
우리는 너무나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고 살고 있기 때문에 한 평생 자기를 괴롭히고, 공동체와 자연을 파괴하고, 하느님을 자기 멋대로 왜곡시키다가 죽는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자연에 대해서도, 하느님에 대해서도 아무 것도 알지 못하게 되었다. 이제 모든 것을 그냥 놓아두어야 한다. 자기의 모든 생각에서 자유롭게 풀려나야 한다. 그럴 때, 장미가 이야기하는 소리가 우리 귀에 들리게 될 것이다.
세계의 근원인 하느님, 또한 하느님과 관계 맺고 있는 해, 달, 물, 흙, 바람, 나무 등이 하는 이야기가 귓전에 우렁차게 울릴 것이다. “인간이 주인이 아니다. 우리 모두는 이미 하느님 안에 그리고 하느님 덕분에 살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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