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자니 양도세, 살자니 종부세, 어떻게 하란 말인가?”
얼마 전 서울 강남의 아파트 지역을 지나다 본 펼침막 내용이다. 현행법대로 6억이 넘는 아파트에서 은퇴생활을 하는 노인들의 경우는 어려운 경우도 있을 법하다. 더욱이 투기 목적 없이 구입해서 십 수 년을 그 아파트에서 살아온 이들의 어려움은 짐작할 수 있다.
부동산을 많이 보유하거나 비싼 걸 보유할수록 더 많은 세금을 매기는 것이 종부세인데, 이는 불로소득을 막고 세정을 정의롭게 하자는 취지에서 지난 2005년 여야가 합의해서 만든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서울 강남이 지역구인 여당 국회의원들은 앞 다투어 종부세를 인하하는 법안들을 제출했다.
하지만 관련 분야 전문가들은 이러한 개정 법안들은 사실상 종부세를 폐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한다. 한 마디로 여당 의원들이 내놓은 법안들은 우리나라 상층부만을 위한 법안이고, 이른바 ‘강부자’만을 위한 공동선과 사회 정의에 반하는 정책이라는 것이다. 이는 대한민국이 서울공화국을 지나, 강남공화국임을 보여주는 것이나 진배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그린벨트를 해제해서라도 땅값을 내리고 건축비를 내려서 주택을 훨씬 싸게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주택보급률은 2005년 기준으로 105.9%로 이미 집이 남아돌아간다. 집이 남아도는데도 자기 집을 가진 사람들 비율은 60%를 겨우 넘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여전히 집값이 올라가는 것은 단순히 수요와 공급에서 빚어지는 문제의 차원이 아니라 부동산 투기로 불로소득을 노리는 큰손들 때문이라는 점은 비밀 아닌 비밀이 돼버린 지 오래다. 이미 국민의 다수가 부동산 투기에 가담해 누가 투기를 하더라도 비난할 수조차 없는 이상한 나라, 오히려 ‘넌 투기도 못하고 뭘 했니’하며 바보 취급하는 나라가 되어버렸다.
이명박 대통령의 말대로 더 많은 물량을 투입해 부동산 문제가 다 해결된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서울 강남으로 대변되는 부동산 부자들에게 먹잇감만 더 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집이란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보금자리다. 하지만 부자들에게 투기의 대상이고 재산 증식의 도구가 되어버린 지 오래다.
국민의 다수가 투기꾼이 되어버린 대한민국을 떠나 먼 나라 베트남에서 집이 인간의 안식처이고 참 보금자리라는 것을 체험한 적이 있다. 호치민(옛 사이공)시에서 남쪽으로 약 90km 떨어진 번째 성을 지난 9월 초에 다녀왔다.
우리에게 메콩강 델타지역으로 알려져 있고, 베트남전쟁 당시 미군이 베트콩을 전멸시킨다고 고엽제를 마구잡이로 살포한 바로 그 지역이다. 번째 성은 인구 140만 명의 농어촌 지역으로 1인당 국민소득이 미화 200달러 정도로 가난하다.
전 주민의 약 40%가 집이 없거나 낡아 새로 지어야 하는 실정이었다. 그나마 집이라 불리는 것들도 야자수로 대충 지어져 집이라고도 할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바람이 불거나 비가 내리면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낡고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았다.
(사)평화3000 관계자들과 봉사자들이 ‘사랑의 집짓기’를 위해 여기를 다녀온 것이다. 번째 성 인민위원회의 협조로 우리가 손수 지은 10채의 집을 가난한 이들에게 기증했다.
뜨거운 날씨 속에서도 봉사자들은 벽돌 한 장 한 장을 쌓으며 자신의 땀과 노력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기쁨과 행복을 전해줄 수 있음을 깊이 체험했다. 집 같지도 않은 야자수 집에서 서러움을 느끼며 살던 사람들이 자기 집을 갖게 되니 이제는 태풍이 불어도 걱정 없다고 우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들도 함께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우리들이 지어준 그 집은 한국 사람이 보면 별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인민위원회가 가난한 가정을 결정하고 정부가 토지사용권을 허가해 우리가 지은 집은 가로 4m, 세로 8m로 약 10평 남짓 되는 단순한 벽돌집이다.
우리나라처럼 겨울이 있어 방한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아무런 내외장 공사가 없는 단순한 살림집으로 한 채를 짓는데 800달러 정도 든다. 그 집을 기증받은 사람은 토지사용권과 함께 자기 집으로 등록되지만 다른 사람에게 팔수는 없고 자식에게 상속은 할 수 있다.
우리들의 작은 사랑과 봉사는 평생 집 없이 살던 사람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해 준 것이지만 우리들 또한 이번 활동에서 더 큰 은총의 체험을 하였다.
종부세와 부동산 투기문제를 자신의 이익에 따라 쫓아가려는 우리들보다, 80만원짜리 10평의 작은 벽돌집에서 무한한 행복을 느끼며 눈물 흘리던 베트남 사람들이 더 그립다. 겨울에 다시 가야겠다. 우리의 영혼과 양심의 정화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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