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하느님을 위하여 일하는 것을 자랑으로 여깁니다.” (로마 15, 17)
본래 나의 학번은 ‘68’인데 신학교는 ‘78’이다. 그러니까 10년을 지나 사제가 되겠다고 신학교에 입문한 것이다.
지금은 아니지만 그 때는 편입 제도가 있었다. 그래서 늦깎이 신학생은 행운아처럼 아주 짧은 5년으로 사제가 됐다. 전국에 나 같은 단기 ‘생짜 사제’는 손으로 꼽을 정도다. 물론 지금 같아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그 짧은 신학교 시간으로는 잘 우려낸 신학적 지식이나 영성의 깊이를 갖기에는 부족한 불운아였음을 솔직히 고백한다. 이런 부족함 속에서 사제가 된다는 것은 큰 부담이었고 ‘과연 이런 내용으로 사제직을 수행한다면 어떻게 될까’하는 고민을 했다.
그럴 때 나는 ‘성 바오로의 사도직’에 대한 말씀에 멈춰 섰다. 사제가 되는 길목에서 부러운 것은 정통파 소신학교 출신 신학생들이었으니 그런 면에서 나는 이방인 출신이었던 것이다. 물론 나는 어린 시절부터 신앙이 있었지만, 내가 그들을 부러워했던 것은, 교회의 전통을 익혀 온 성덕과 자연스러움이었다.
그럼에도 지극한 사랑이신 하느님과 거룩한 교회는 부족한 나를 뽑아 사제로 세워주셨다. 모두가 은총이지만 이는 나에게 더 큰 은총이었다. 이런 내가 훌륭한 사제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미래를 향한 비전이 있어야 했고, 그 비전을 뒷받침할 믿음이 필요했다.
예수님 안에서 그분을 향한 믿음만이 사제의 삶을 훌륭하게 만들 동력임을 알게 했다. 비록 ‘사제의 길’은 늦깎이지만 열정의 사도 바오로를 본받기로 다짐하며 내 마음에 새겼다.
성 바오로의 이 말씀이 그분의 전 생애를 걸만큼 큰 말씀으로 다가왔고, 이 말씀을 ‘나의 사목 모토’로 삼기로 했다. 은경축을 지나고 있는 지금, 여전히 생짜 사제로 느껴지는 것은 왜 일까? 하느님을 향해 살아가는 것, 이것이 하느님을 위해 일하는 것임을 떠올리며 묵상한다.
“나는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하느님을 위하여 일하는 것을 자랑으로 여깁니다.”(로마 15,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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