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집안에서 혼자 힘으로 공부해 간호사가 되었고, 의사 남편과 결혼해 남부럽지 않게 잘 살았어요.
어려서 유아세례를 받았지만, 결혼하고 몇 년 지나고부터는 어쩌다 심심풀이로 성당에 나갔지요.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폐암말기 진단을 받았습니다. 하늘이 무너져 내렸어요. 운영하던 병원은 엉망이 되고 세상도, 사람들도 다 싫어졌습니다.
그리고 끝내 남편은 세상을 떠났고 저는 그 때부터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어서 2년 가까이 병원 생활을 하게 됐습니다. 하느님, 가난한 부모, 세상에 대한 원망에 분노, 불안 이런 마음들이 저를 지배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문득 성당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신적으로 좋을 것 같아서 조그만 공소에 가서 꽃꽂이도 하고 미사도 드렸어요. 레지오, 성령기도회 등도 열심히 다녔구요. 그 후 약을 먹지 않으면 잠을 잘 수도 없던 제가 차츰 좋아지는 것을 느꼈고, 공소에 발을 들인 지 한 달 만에 약들을 다 끊었습니다.
음악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주제에 성당에 다니면서 반주같은 음악봉사가 하고 싶어졌어요. 피아노를 배우려고 최선을 다했지만, 쉽게 익혀지지 않았죠. 한달 쯤 지났을까요, 본당 신부님이 ‘하느님 심부름으로 이 상장을 갖다드리러 왔어요’라며 피아노반주상장을 건네주는 꿈을 꿨어요.
그 다음 날, 피아노 앞에 앉았는데 그토록 어렵던 피아노가 기적처럼 쉽게 되더군요. 그 일주일 후부터 반주봉사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일들을 통해 전 하느님이 살아계심을 믿게 됐습니다. 제가 원망했던 많은 일들과 남편을 데려간 것, 모든 게 다 하느님 계획이셨다는 걸 깨달았어요. 전에는 하고 싶은 것 다하고 갖고 싶은 것 다 가지면서,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교만과 오만에 가득차 있었지요.
하느님이 주신 고통과 고난 덕분에 저는 하느님의 축복과 위로를 경험하게 되었어요. 요즈음 저는 강화도 갑곶 성지에서 매일 반주봉사를 하면서 기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답니다.
장창숙(아폴리나.갑곶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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