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가 내년부터 ‘가톨릭 미술 공모전’을 열기로 한 것은 한국천주교회의 척박한 문화 예술 토양을 감안할 때 가뭄의 단비처럼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가톨릭 미술 공모전’은 우선 그 규모면에서 교회는 물론 국내 미술계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총 상금 규모 2억5천만원은 단일 주관사의 상금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회화와 조각.공예 부문 대상 수상자에게는 각각 5천만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예술 창작활동을 상금의 많고 적음으로 평가할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문화 예술에 대한 우리 교회의 관심과 발전 의지를 드러내는 것이어서 자랑할만하다. 무엇 보다 국적과 종교, 연령 등에 제한을 두지 않고 문호를 넓힌 것은 열린 교회의 진면목을 다시한번 확인케 한다.
서울대교구가 가톨릭 미술 공모전을 제정한 것은 우선 교회 예술의 발전과 창작활동의 다양성을 위해서다. 그 첫 걸음은 다양한 소재와 주제의 가톨릭 미술 작품을 발굴하는 것이다. 공모전은 그 지름길이 될 수 있다.
‘가톨릭 미술 공모전’ 운영위원장 염수정 주교의 말처럼 “성 미술의 활성화와 육성, 작가 양성은 교회의 임무중 하나”이다. 그동안 한국 가톨릭 미술 작품은 국내 예술계에서 비주류로 인식되어온 감이 없지 않다. 이는 무엇 보다 두텁지 못한 작가층이 한 원인이다. 가톨릭 미술은 특정 종교인에 국한된 것이란 인식이 팽배했던 것도 요인이다. 그러다 보니 가톨릭 정신을 담은 작품 역시 턱없이 부족했다.
해외에서 제작된 성화나 성상이 국내에 유통되고, 그 와중에 일부는 그마저 모방한 조악한 성물들이 국내 성물 시장을 혼탁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작품으로서의 인정은 고사하고, 마구잡이로 쏟아져 나오는 복제품들은 정상적인 유통과정조차 와해시킨다. 담합과 불공정거래에 기인한 혼탁한 유통과정은 작가들의 생계마저 위협했다.
이번 공모전은 서구 미술을 이끌어온 가톨릭 미술의 전통을 토착화로 이어간다는 의미도 있다. 첫 주제로 ‘순교’를 선정한 데서 그 의도를 읽을 수 있다. 한국 가톨릭 미술을 부흥시키고, 이를 토착화로 이어가기에 순교만큼 마땅한 주제도 없을 것이다.
가톨릭 미술 공모전이 진리와 선(善)함 그리고 아름다움을 찾는 모든 이들에게 구도(求道)의 장이 되고, 그런 의미에서 하느님을 알리고 찾는데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