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들의 자살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모방 충동에 의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들이 늘고 있다. 7일에는 전주에서만 잇달아 3명이 자살했다는 소식이다. 지난해 자살자 수는 1만 3000여 명으로 8년 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우리나라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는 21.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다라고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거의 없거나, 있다고 해도 실효를 전혀 거두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지난 2004년 자살예방 5개년(2004~2008) 계획을 내놨다. 당시 인구 10만명당 22.8명이던 자살자 수를 2010년까지 18.9명으로 낮춘다는 계획이었지만 지난해 오히려 24.8명으로 더 늘어났다. 이쯤 되면 ‘자살 공화국’이라고 불러도 무리가 아니다. 종교인 비율이 높은 이 땅에서 자살률이 높은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자살 문제를 단순히 개개인의 의지박약이나 무책임으로만 돌릴 수 없다는데 있다. 잇따른 연예인 자살의 원인을 ‘악성 댓글’로만 몰아가는 것도 문제가 있다.
대표적인 자살 원인으로 지목되는 우울증부터 적극 대처해야 한다. 우울증 환자는 해가 갈수록 크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우울증 환자는 52만 5466명으로 2004년 42만2663명에 비해 10만명 넘게 늘었다. 우울증 환자의 경우 일반인보다 자살 위험이 수십 배나 크다고 한다. 우울증은 꾸준한 치료로 완치될 수 있는 병이지만, 현재 치료 받는 비율을 극히 미미한 실정이다.
성직자 수도자와의 짧은 영성 상담 한번으로 인생이 바뀌었다고 고백하는 신앙인들이 많다. 최근 들어 미국 심리학자들을 중심으로 영성과 심리치료를 접목하려는 시도가 크게 늘고 있다. 심리 치료 기조도 이제는 자아 분석에만 의존하지 않고, 평화와 안식을 강조하는 추세라고 한다. 우울증 치료를 위한 심리 상담과 가톨릭교회 영성 상담이 만날 수 있는 대목이다.
교회 영성에 기초한 심리 상담사의 양성이 시급한 실정이다. 한국가톨릭상담심리학회, 영성심리상담교육원 등의 최근 활동이 좋은 예다. 이곳에서 배출되는 영성 심리 상담 전문가들에 대한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교회는 이와 함께 자살 충동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한 가톨릭 상담 전화의 확충 및 홍보 강화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자살은 안된다’는 훈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교회가 우울증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겠다’는 결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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