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론가 새처럼 훨훨 날고 싶을 때가 있다. 내가 살고 있는 하루하루가 무의미하고, 나는 쓸모가 없는 사람이라고 여겨질 때에는 여행을 떠나는 게 좋다. 육지를 벗어나 섬에 가보는 것도 좋을 성싶어 짐을 꾸렸다.
서해안의 섬 위도에서 2박 3일을 보내기로 하고 민박을 하였다. 수평선과 바다 그리고 내가 허공의 화폭에 담겨진다. 허공은 너그럽다. 그래서 허공은 나무와 파도와 나의 모습을 모두 수용할 줄 안다.
해변을 거니는 동안 쇠말뚝에 꽁꽁 묶인 빈 배의 출렁임이 안타깝게 보였다. 주머니에 있는 묵주 알을 굴려도 보고 화살기도를 하면서 뛰기도 하였다.
갑자기 파도소리에 섞여 휴대폰이 울린다. 안칠라 수녀님의 해맑은 목소리다.
“체칠리아 자매님, 오늘부터 자매님을 위해서 기도 바치겠습니다.”
뜨거운 전율, 나의 몸을 감도는 뜨거운 피가 우울했던 나의 영혼에게 새 생명을 주는 것 같았다. 누군가의 기도를 받고 하루를 사는 그 기쁨을 어떻게 말하랴. 내가 나를 위해서 하는 기도는 하느님께 속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또 욕심을 부린다고 꾸중을 들을 것 같아 인색한 내가 아닌가.
안칠라 수녀님은 전남 장성 글라라봉쇄수도원에 계신다. 가끔 수녀님의 전화를 받으면 천상의 메시지 같아 온 종일 수도복 차림의 수녀님 모습이 떠오르곤 한다.
그런 후, 나는 신명이 나서 하루가 기쁘고 희망이 넘친다. 아마 수녀님의 기도 때문인지도 모른다. 내 삶의 윤활유가 된 수녀님의 기도. 조건 없이 나에게 주는 그 기도 때문에 살맛이 난다.
이소애 (체칠리아·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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