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데스크 칼럼 주제를 보고 이 무슨 진부한 내용이냐고 의아해할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당연한 진리가 요즘엔 당연하지 않은 것 같다.
지난 목요일 아침 출근하다 충격적인 한 여자 연예인의 자살 소식을 접했다.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문득 남아 있는 자녀들은 어떡하라고 그런 선택을 했을까 안타까웠다. 얼마 전 한 남자 연예인의 자살 소식으로 받은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정말 거짓말 같이 또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우린 고인들의 가정사를 알지 못한다. 다만 그들을 죽음으로 내몰 수밖에 없었던 큰 고통과 아픔이 있었을 것이라 미뤄 짐작해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생명이 이처럼 함부로 다뤄지는 세태에 대해 놀라움과 허무함이 밀려왔다. 이러다 한 사람의 죽음과 자살에 대해 “그럴 수 있겠다” “어쩔 수 없었겠지”라며 당연하고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는 때가 올까봐 두렵다.
이날 오전 내내 죽음에 대해 묵상하게 됐다. 죽음이 고인의 아픔으로만 끝날 사안은 분명 아니다. 어쩌면 남아 있는 가족과 친척, 친구들은 그를 잃은 고통으로 평생 더 큰 시련의 나날을 보내야 한다. 이 얼마나 잔인한 일인가. 한 사람의 죽음으로 인해 수많은 이들이 받을 슬픔과 상처는 당해보지 않으면 가히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요즘 경제난으로 모두가 우울하다. 쏟아지는 소식들도 기쁨보다는 절망이다. “서민들이 경제고에 시름하고 있다” “장사가 되질 않아 살기 어렵다” “살다 살다 이렇게 힘들었던 적은 없었다” 등등. 모두들 죽겠다고 아우성이다.
한 이동통신업체 CF에 등장하는 ‘생각대로 하면 되고 송’이 새삼 와 닿는다. 내용인즉 어떤 상황도 마음먹기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광고의 교훈은 긍정적인 희망이다. “어렵다. 힘들다. 못하겠다. 안된다” 등의 부정적인 말을 “이겨낼 수 있다. 할 수 있다. 어렵더라도 한번 해보자” 등의 긍정적인 말로 바꾸면 삶이 변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살률은 10년 전 두 배가 넘는 수준으로 상승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가운데 가장 높다. 인구 10만 명 당 자살률은 24.8명으로 전체 사망원인 중 4위다. 하루에 33명이 자살로 목숨을 잃는 셈이다.
하느님께서 주신 고귀한 우리의 생명. 거두어 가시는 것도 그분의 몫이다. 아무리 세상이 변해 인간생명을 가벼이 여긴다 해도 아무리 인생이 힘들어도 누구도 주님께서 주신 생명을 함부로 할 수 없다.
그것이 본인의 생명이라 할지라도. 세상에 죽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어디 있을까. 죽을 각오와 용기로 세상을 산다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을 것이다.
평소 알고 지내온 한 장애우 부부가 있다. 남편은 시각장애인이고 부인은 지체장애 1급이다. 지인의 소개로 만난 이들은 늦깎이 부부로 결실을 맺어 10여 년 동안 알콩달콩 행복하게 살고 있다. 필자는 이 부부를 볼 때 마다 늘 스스로를 반성하게 된다.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잊고 산 것에 대해 말이다.
“하느님께 항상 감사하며 살아요. 몸 좀 불편한 게 대수인가요. 마음이 행복하고 기쁜데 더 이상 바랄 게 없습니다.”
오늘도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며 열심히 삶을 개척해나가는 이 부부는 내게 삶의 스승이요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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