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천주교회 역사 안에서 가장 많은 순교자를 배출한 자랑스러운 역사를 지닌 대전교구가 10월 12일 대전 노은동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대전교구 설정 60주년 기념 감사미사’를 봉헌하고 주님을 향한 새로운 여정을 위해 힘찬 닻을 올렸다. 114개 본당 24만여 교구민과 수도자, 275명의 사제들은 이날 기쁨 속에서 60년 한결같이 교구와 함께 해오신 주님께 감사를 드렸다.
60년 전 교구 설정 당시만 해도 파리외방전교회가 선교를 맡고 1만8000여명 남짓한 양떼에 한국인 사제라고는 손으로 꼽을 만한 ‘받는 교회’였다는 점을 상기하면, ‘주는 교회’로 나아가고 있는 대전교구 공동체의 기쁨이 어떠할 지 충분히 가늠하고도 남는다. 교구 설정 이후 60년간 동족상잔의 비극과 참화를 딛고 갖은 고난을 이겨내며 충남 지역 복음화에 헌신한 교구 공동체 60돌에 기쁨을 같이하며 축하를 보낸다.
대전교구는 교구 설정 60주년을 앞두고 지난 2006년부터 60주년 행사 준비에 들어가 ‘순교신앙과 선교’를 교구 설정 60주년 주제로, ‘기억하여 행하여라’를 실천 성구로 정하고 올 한 해 동안 다채로운 기념행사와 나눔 운동을 전개해 오고 있다. 2월부터 여덟 차례 열린 ‘도보성지순례’에는 연인원 1만2000여 명이 참가했으며, 신자들이 하루 세 끼 100원씩의 헌금을 모아 가난한 이웃을 돕는 ‘한 끼 100원 나누기 운동’도 교구 내 전 본당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렇듯 대전교구는 자칫 일회성이나 단발성 행사로 그치기 쉬운 60주년을 새로운 여정을 향한 영적 이정표로 삼아 새로이 거듭나는 교회로서의 면모를 일신하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60주년을 기념하는 올해가 결코 지금까지의 역사를 갈무리하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임을 되새겨야 할 필요가 있다. 전 교구 공동체가 분명한 신원의식과 공동 목표를 마음에 담고 함께 새로운 신앙의 여정에 들어가야 한다. 올해 교구장 사목교서에서도 수차례 강조됐듯이 주님께서 우리에게 베풀어주신 사랑의 위대한 신비, 최고의 신비는 성체성사임을 재인식하고, 성체성사를 살아가는 방법 중 가장 좋은 길인 이웃과 나누는 삶을 온 몸으로 실천해 나가야 할 것이다.
아울러 지난 세기 급성장을 해온 한국 교회가 물량적 성장에서 빚어진 과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오늘에 이르고 있는 만큼 대전교구는 주님과 함께하는 가운데 말씀과 성체 중심의 삶을 살면서 새로운 발전의 토대를 마련해 새 복음화를 이뤄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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