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가 좋다. ‘아줌마’라는 말에선 힘과 활력이 넘친다. 삶에 대한 강한 의욕이 느껴진다. 가식이나 숨김도 없다. 삶에 솔직하고 있는 그대로 느끼고, 소망하고, 스스로의 욕구를 땀을 통해 충족시켜 나간다.
아줌마 3~4명이 모인 곳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깔깔”“호호” 웃음소리에선 사춘기 소녀들의 순수함을 읽을 수 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그린 「모나리자」의 모델은 아가씨가 아닌, 19세 연상 홀아비와 결혼한 평범한 아줌마 ‘엘리사벳’이었다. 간혹 일부 좌충우돌 아줌마들이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하지만 그 좌충우돌도 따지고 보면 좌충우돌하게끔 하는 그 무엇이 있다.
이렇게 아줌마가 좋은 것은, 자주 만나는 신앙 아줌마들의 해맑은 웃음 때문인지도 모른다.
성경에는 위대한 아줌마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아시리아의 위협 속에서 적장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벤 것은 유다인 아줌마 유딧이었다. 부활한 예수의 모습을 처음으로 목격한 사람도 마리아 막달레나 아줌마였다. 예수가 체포된 후 제자 아저씨들이 두려움에 떨며 숨었을 때, 겁 없이 십자가 아래까지 따라온 이들은 예루살렘 아줌마들이었다.
신앙 아줌마 열전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교회의 각종 교육과 세미나, 연수회가 열릴 때마다 자리를 가득 메워 강사들을 뿌듯하게 하는 것은 어김없이 아줌마들이다. 본당 총회장은 대부분 아저씨지만, 정작 낮은 곳에서 본당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것은 언제나 아줌마들이다.
본당 수녀님이 “쇼핑을 해야 한다”고 하면 아줌마들은 다투듯 집에 달려가 자가용을 끌고 나온다. 그러면서도 십자가 아래서 가장 낮은 자세로 엎드려 “나는 죄인입니다”한다.
아줌마들은 또 영성생활의 달인들이다. 산전수전 겪다보니 참고 사는 데는 이골이 났다. 그러다 보니 인내, 끈기, 절제, 겸손, 희생 등의 덕(德)에 아줌마들은 별다른 영신 수련 없이 쉽게 다다른다.
아줌마들은 미사 때 옆자리 신자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성가를 불러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식사를 하다 남는 음식이 생기면 남에게 먹으라고 하지 않고 아예 자신이 먹어 치운다. 성체조배실에 가서 4~5시간씩 기도하지 않아도, 스스로의 죄를 쉽게 성찰하고, 이웃의 죄를 쉽게 잊는다.
아줌마에게는 억지 웃음이 없다. 평온한 척, 착한 척, 기도 열심히 하는 척 하지 않는다. 그런 강박감 자체가 아예 없다. 그저 삶에 대해 늘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언젠간 나아지겠지’ 하는 희망 속에서 살아간다.
심한 외모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백의의 천사가 된 나이팅게일 아줌마는 자신의 책 「간호에 대한 소견」에서 이렇게 썼다.
“사람이라면 살면서 한번쯤은 누군가를 돌봐 주어야 할 일을 겪게 되어 있다. 살면서 누군가를 한 번도 돌봐준 적이 없다는 것은 너무나도 비참한 일이다.”
아줌마는 섬김을 받지 않는다.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아예 받을 생각도 하지 않는다. 아줌마에게선 공동체를 돌보는 ‘땀’ 냄새가 난다. 아담의 아내 하와 보다는, 카인과 아벨의 어머니이며 땀 흘리며 가족을 돌보는 아줌마 하와가 더 가슴에 와 닿는다.
마음 한구석에 늘 아련함으로 자리하고 있는 한 아줌마 수녀님이 있다. 오는 주말에는 부산에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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