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먹고 살려고 돈을 벌고, 공부하려고 학교에 다녔다. 하지만 이제는 돈을 벌기 위해 돈을 번다. 학벌을 높이기 위해 학교에 다닌다. 돈·미모·학벌·사회적 지위 등의 외적 기준이 인간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었기 때문이다.
외적 기준을 갖고서 평가할 수밖에 없는 것들을 우리는 물건 또는 사물이라 부른다. 그렇다면 인간도 이제 사물로 떨어진 셈이다. 과연 ‘나’는 어디로 가고 말았는가. 인간은 주체적으로 삶을 사는 존재이다. 그렇다면 자기만의 느낌과 자기만의 생각을 갖고 자기 인생을 살아야 한다.
오늘날은 순수과학조차도 외면당하고 있다. 생물학을 하기보다는 생명공학을 한다. 수학을 하기보다는 컴퓨터공학을 한다. 천문학을 하기보다는 우주공학을 한다. 이들 공학은 시장이 있는 반면에, 순수과학은 수요가 거의 없다.
그래서 문민정부때는 교육부를 ‘교육인적자원부’로 불렀고, 현 정부는 ‘교육과학기술부’라 부른다. 그런데 공학은 눈이 없다. 맹목적이다. 누가 우리에게 인생을 제대로 살게끔 하는 좋은 안목을 가져다 줄 것인가? 나름대로의 가치를 갖고 인생을 사는 사람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오늘날은 남에게 보이기 위해 소비하는 시대이다. 소비수준이 계층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하류계층은 중류계층의 소비수준을, 중류계층은 상류계층의 소비수준을 모방하고자 한다. 그러면 상류계층은 더 소비수준을 높인다. 이에 따라 하류·중류계층의 소비수준도 덩달아 또 높아진다.
소비의 증대는 끝 간 데 없이 상승한다. 벌고 또 벌어도 밑 빠진 독이다. 그래서 사람들을 한 평생 돈을 쫓아다니다, 삶을 마감한다. 왜 사는지 제대로 생각 한번 해본 적도 없이 저승사자에게 끌려간다.
옛날에는 존경받는 교사가 많았다. 학생들은 교사를 본받아 살려고 노력했다. 교사들은 박봉에도 자부심을 갖고 살았다. 하지만 이제 교사는 학생들의 성적을 양껏 올려 좋은 대학에 몇 명 보냈는가로 평가받는다.
이제 교사나 학원선생이나 별반 차이도 없다. 단기적인 성과만 중요할 뿐이다. 이제 학교는 좋은 사람을 양성하는 곳이 아니라, 경제적 성공을 위한 투자 장소로 바꿨다.
지식인을 양성하기는 비교적 쉽지만, 좋은 사람을 양성하기는 매우 어렵다. 연구 업적이 많은 교수는 비교적 쉽게 초빙할 수 있지만, 인격이 원만한 교수를 모시기는 대단히 어렵다. 그런데 좋은 사람을 양성하는 것이 교육이다.
교육은 교사와 학생 사이의 인간관계를 통해 이루어진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존경받을 수 있도록 처신해야 한다. 그때 학생은 교사를 모방하여 교사가 갖고 있는 바람직한 행동특성을 습득하게 된다. 사회적 행동특성이란 가치관·신념·도덕성·태도·동기·성격·역할행동·의존심·독립심·공격심·협동심·경쟁심·애정과 증오·효심·순종·직업선택행동 등과 같이 사회적 성격을 강하게 띤 특성이다.
바람직한 사회적 행동특성의 결과로 드러나는 것이 바로 읽기, 쓰기, 셈하기, 말하기 등의 학습 내용이다. 제대로 인생을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은 학생은 성실하게 과업을 수행한다. 따라서 교육의 일차적 목표는 바람직한 행동특성의 습득이며, 그 결과물이 학습내용이다.
단적으로 교육은 사람을 달라지게 하는 것이다. 교육은 교사가 학생들에게 삶의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해주어, 학생들을 좋은 사람으로 바꾸는 놓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회개(metanoia)의 올바른 의미이다.
회개는 뉘우치고 고친다는 의미를 아득히 넘어선다. 회개는 바라보아야할 방향(하느님)으로의 전환(conversion)임과 동시에 그 방향을 향하여 삶으로써 사람이 달라지는 것(transformation)을 뜻한다.
플라톤은 교육을 바람직한 방향으로의 전환을 통해 사람을 달라지게 하는 것이라 이미 말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는 이제 아무도 새겨듣지 않는다. 눈앞의 가시적이고 단기적인 성과만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제 ‘교육이 회개’라는 말은 전설 속의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공동체가 급속하게 무너지고 있다. 좋은 삶을 지향하는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언제쯤 가치 있게 인생을 사는 것을 값지게 여기는 사회가 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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