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교구장 최덕기 주교가 지난 7일 발표한 ‘황 데레사의 사적 계시와 관련한 수원교구 교구장의 교령’은 교구장 주교로서의 자부적(慈父的) 사랑의 발로에 다름 아니다.
최덕기 주교는 이번 교령에서 “황 데레사의 사적 계시 내용은 정통 가톨릭교회의 신앙 유산과 일치하지 않고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메시지를 드러내는 것도 아니며, 신자들의 영적 선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교구장의 권한(교도권)으로써 황 데레사와 관련된 사적 계시는 교회의 정통 신앙교리와 무관하다고 최종 판단을 내린 것이며, 따라서 황 데레사 사적 계시와 연관되는 일체의 신심행위 및 전파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 것이다.
최 주교는 특히 교령에서 ‘미리내 수도회’로 지칭되는 세 수도회의 창설과 황 데레사 사적 계시는 전혀 무관한 것임을 천명했다. 따라서 영성과 수도생활 등 모든 부분에서 ‘추정되는 사적 계시’의 흔적을 지우고 철폐할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복음삼덕을 바탕으로 교회법과 회헌을 준수하고 거룩한 봉헌생활을 통하여 하느님 나라의 확장과 교회발전에 노력할 것과 교회 교도권에 순명하여 수도회 발전과 교회를 위한 봉사에 전심전력할 것을 당부했다.
우리는 이번 교령의 지침과 강령의 중요성과 더불어 교령을 발표한 최덕기 주교의 교구장으로서의 고뇌와 맡겨진 양들을 하느님께로 이끌고자 하는 사랑어린 진심에 주목하고자 한다.
최 주교의 고뇌와 진심은 2005년 8월 수원교구 수도자 담당 교구장 대리 이정운 몬시뇰 서임 당시 이 몬시뇰에게 보낸 메일에서 잘 드러난다. 최 주교는 당시 메일에서 “어떻게 해야, 언제 이 수도회들이 교구장의 고통과 번민을 깨달을 것인가. 그 날이 언제 올 것인가. 아! 괴롭다. 아! 가슴아프다. 이 수도회들을 잘 돌보아야 하는데…”라고 고백했다. ‘미리내 수도회를 잘 돌보아달라’는 전임 교구장의 유지를 받들고자 하는 간절함과 정통 신앙교리를 수호해야 하는 목자로서의 고뇌가 묻어나는 최 주교의 고백은 읽는 이들의 가슴을 울린다.
수원교구장 주교의 교령 반포 동기는 소박하다. 선임자의 유지대로 “수도회들을 잘 돌보기 위함”이다. 아버지의 사랑에 때론 꾸지람도 필요하다. 이번 교령이 해당 수도회는 물론, 교회 공동체 모두의 발전에 선익이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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