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필자는 안식년으로 캐나다에 1년간 머물렀었다. 캐나다는 인구가 부족하여 외국에서의 이민을 적극 장려했기 때문에 특히 밴쿠버의 경우에는 외국인들이 거의 절반을 넘게 차지할 정도로 다양한 민족들이 살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버스를 타게 되거나 학교 캠퍼스 내를 거닐게 되면 다양한 언어들이 귀에 들린다.
하지만 아무도 기죽지 않고 각자의 언어로 이야기하다가, 공통의 대화가 필요하게 되면 그때는 영어로 소통한다. 그래서인지 그곳에서는 엉터리 영어라 할지라도 다 통한다. 각국의 언어적 특색으로 인해 악센트가 다르고 다소 문법적으로 틀릴 지라도 서로 애써 들으려 하기 때문에 다 듣고 소통한다.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으려는 자세이다. 게다가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함께 즐기려는 각종 민속축제와 사회적 차별에 대한 격렬한 논의가 이루어지는 각종 세미나가 자주 열려 늘 타인을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사회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어느 덧 우리 사회도 다문화사회가 되었다. 전철에서 쉽게 우리와 다른 피부를 가진, 그리고 다른 언어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게 되었고 농촌지역에서는 외국인 며느리들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된다. 이와 관련하여 물론 좋은 이야기도 있지만 우리를 슬프게 하는 이야기들도 많다.
한국을 찾는 외국 노동자들을 한국말 못한다고 때리고, 잔업 수당 따진다고 또 때리고, 게다가 강제로 일시키고 임금도 지급하지 않는 등 각종 인권을 침해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에 있는 의사의 말을 빌면, 그곳에 입원한 외국인들 대부분이 빈혈이 매우 심각한 상태이며 손톱이 거의 빠진 것으로 보아 영양실조가 심각하다고 한다. 또한 동남아시아에서 시집 온 신부들은 한국어를 몰라 엄마 노릇도 잘 못하고, 그 아이들은 가정에서의 사회화가 제대로 되지 못해 학교생활도 잘 하지 못한다는 이주민들의 어려움을 뉴스를 통해 접하곤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독일에서 광부나 간호사로 일하며 외화를 벌어오던 시절이 불과 얼마 전인데…. 그때 그곳에서 힘들게 살았던 어른들은 이러한 현상을 보시면 어떤 말씀을 하실까?
우리도 이제는 내 자식, 내 민족만을 생각하는 수준에서 넘어가 남의 자식, 남의 민족까지 보듬을 수 있는 수준 높은 세계인이 되어 보자.
우리가 싫든 좋든 세계화의 시대가 되었다. 과거의 마을 개념이 국가를 넘어, 세계로 확대되고 있다. 외국인이 우리의 이웃이 되고, 내 가족원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가 외국에서 차별받지 않고 행복하게 살기 원하듯, 다른 나라 사람들도 우리나라에서 인간답게 살기 원한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의 생각도 바뀌어야 할 것이다. 나만의 인권을 주장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인권도 생각해 주어야 한다. 모든 인간은 인간이기 때문에 존엄한 인간으로서의 삶을 위해 기본적으로 가지는 권리가 있다. 이는 한 인간의 삶이 일정한 수준 이하로 떨어지는 것을 막아주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의 권리(rights of man)가 아니라 인간답게 살 권리(human rights)를 말하는 것이다.
국가는 이를 마땅히 보장해 주어야 할 의무가 있으며, 인권의 수혜대상도 다문화사회에서는 비단 자국민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세계인으로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들도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권리가 있음을 인정하고 그것을 침해하지 않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예컨대 이주민들을 위한 육체적인 자원봉사도 좋고,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육봉사도 좋다. 시간이 없다면 기부금을 내서 그런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지원해도 좋다.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 똑같은 하느님의 자녀라는 생각으로 그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배려하려는 마음이다. 한사람의 올바른 생각과 행동은 주위를 따뜻하게 만들어 우리 사회 전체를 인간다운 사회로 만들게 하는 토대가 될 것이다.
다문화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으려는 자세이며, 나와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와 관용 그리고 모두의 인권에 대한 존중임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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