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 하느님께 찬양을 드립니다.” (에페 1, 3)
사제품을 받기 전 사제로서 평생의 지침으로, 더 나아가 신앙인의 한 사람으로서 살아가기 위해 이 성구를 선택하였다. 수많은 말씀들 속에서 이 말씀이 마음 깊이 다가온 이유는 ‘이냐시오 30일 피정’을 통해 하느님의 크신 사랑을 그 때에야 비로소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모태신앙으로서, 태어난 지 3일 만에 세례 받고 부모님 손에 이끌려 신앙생활을 하고 성소의 부르심을 받아 신학생으로서 살아왔었지만 그 때에는 정말 중요한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그 당시에 나는 신앙인이라면 당연히 하느님을 믿고 고백하며 살아야 한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왜 그래야만 하는지에 대한 이유는 모른 채 무조건 믿음만 고백하는 삶이었었다. 그러다보니 신학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머리만 커져감에 따라 하느님께 대한 확신이 점점 줄어드는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사제로서 11년의 사목을 하면서 이와 같은 모습을 본당 교우분들 안에서 많이 발견하게 된다. 세례와 견진을 받고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다가도 어느 한 순간 그 확신이 사그라져서 갈등하고 고민하는 교우분의 모습을 보게 될 때 하느님께서 그 교우분을 얼마나 사랑하시는 지 깨닫지 못함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짧은 인생이지만 어느 한 순간도 하느님께서는 우리와 함께 하시지 않은 때가 없었으며, 그분 없이는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을 때 한없는 눈물이 앞을 가리게 된다. 왜냐하면 ‘왜 그리도 그분의 사랑을 몰랐을까!’라는 자책 속에서 죄송스러움이 앞서기 때문이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 하느님께 찬양을 드리는 것’은 그 누구의 강요도 아니요 의무감도 아니다. 그저 우리 안에서 자연스럽게 외쳐져야 하는 삶의 전부여야 하는 것이다. 하느님의 크신 사랑과 자비를 깨닫는 것, 그것이야말로 하느님께 찬양을 드리는 삶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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