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축복식을 갖고 문을 연 평양 ‘평화봉사소’는 이념과 체제를 뛰어넘어 남북 화해를 위해 매우 뜻있는 행보가 아닐 수 없다. ‘평화봉사소’는 남한의 가톨릭 수도단체인 작은형제회와 북한의 새별총회사가 합작 형식으로 참여해 공동 운영하는 복지시설이다. 남한의 종교인이 북한내 복지시설 운영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분단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여전히 폐쇄적이며 선교가 금지되고 있는 북한에서 남한의 종교인이 참여하는 남북 합영(合營) 시설이 운영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 의미는 크다.
평화봉사소의 개원은 우선 작은형제회가 지난 10여년 동안 동북아 지역에서 펼쳐온 인도적인 복지활동이 북한 당국의 마음을 움직였다는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작은형제회는 1990년대 이후 아시아 지역 복음화 소명을 새롭게 인식하고 동북아 지역의 사회복지활동을 우선적인 관심사로 선택했다. 93년 카자흐스탄 진출을 시작으로 중국, 러시아 등지에서 현지인들을 위한 복지활동을 전개해왔다. 그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중국 한센인 요양원인 성심인애원이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은 종교의 자유는 보장하지만, 선교활동은 여전히 엄격하게 금하고 있다. 작은형제회뿐 아니라 여러 수도회들이 중국에서 복지시설을 운영하며 인도적 활동을 펼치는 것도 이러한 사정 때문이다. 성심인애원은 2000년 개원 이후 중국내 최고의 한센인 복지시설로 인정받았으며, 국영 CCTV가 한국인 가톨릭 사제가 운영하는 모범기관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이런 일련의 성과들은 ‘평화봉사소’의 개원에 절대적인 지지 기반으로 작용했다.
평화봉사소의 개원은 또 남북이 화해와 통일을 위해 어떻게 만나고 접근해야 할지를 실증적으로 드러낸 사례다. 고통과 행복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진정성이 있을때 이념과 체제를 넘어 함께 만날 수 있고, 이것이 곧 화해와 협력의 지름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편견과 선입견을 허물고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사랑나눔의 모델로 자리매김 한 것도 큰 성과다.
평화봉사소 개원까지의 과정이 순탄치 만은 않았을 것이다. 축복식 일정과 방법을 두고도 양측이 긴장속에 팽팽하게 맞선 것도 여전히 개방에 익숙치 못한 북한의 고민을 엿보게 한다.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무료급식소와 무료진료소, 목욕 ·이용시설을 갖추고 평양 지역 주민들을 위한 복지활동에 나설 평화봉사소가 남북 화해와 나눔을 위한 시금석이 되기를 기원한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