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오늘도 산길을 걷다가
위로 불거진 세파世波의
잔뿌리에 걸려 넘어졌습니다
남 보기 남세스러워
웃는 얼굴로 일어섰지만
쓰린 물팍 어쩔 수 없는
뻘건 피 흐릅니다
찢긴 상처 꽃씨처럼 말리고
흙 묻은 옷 두어 번 문대고
잡목 우겨진 산길
다시 걸었습니다
걷다가 다리 아프면
쉬었다 가도 되겠으나
짧은 해 언제 기울지 몰라
길 재촉하며 무장 걸었습니다
그러다
길가 무심히 피어난
키 작은 들꽃 너무도 화사해
꽃잎 한 장 떼어
손바닥에 빨래처럼 널었습니다
그 꽃잎을 들여다보며
걷는 길은
오- 나의 주님,
이제 어여쁜 꽃길입니다.
나의 집으로 돌아가는
귀향길입니다.
김회권(미카엘·광주대교구 나주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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