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은 마흔한번째 맞는 평신도주일이다. 올해는 특히 한국교회에 평신도사도직협의회가 생긴지 40주년이 되는 해다. 매년 연중 마지막 주일인 그리스도왕대축일을 한 주 앞두고 지내는 평신도주일은 모든 평신도들이 그리스도의 사도로서 예언직과 사제직, 왕직에 참여하는 고유한 소명을 되새기고 그 소명을 다할 것을 다짐하는 날이다.
‘사회복음화의 첨병’ ‘말씀의 증거자’인 평신도의 사명과 역할은 실로 막중하다. 갈수록 세속화되고 탈영성화되어 가는 현대에서 더욱 그러하다. 2차 바티칸공의회도 ‘하느님의 백성’으로서의 평신도의 신원을 확인하고 자신의 고유한 정체성에 대한 확고한 인식을 바탕으로 사도직 수행에 헌신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40돌을 맞이한 오늘, 한국교회 평신도의 현주소는 어디인가. 신자로서의 소명과 역할에 얼마나 충실하였는가 라는 물음에 명쾌한 답이 떠오르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평신도의 소명을 인식하고 실천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자발성과 주체성의 확보이다. 이는 ‘평신도’라는 말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축성된 직분과의 구별을 위해 사용하고는 있지만 평신도는 신도(信徒), 즉 믿는 자(의 무리)란 뜻이다. 믿는 자, 신도로서의 사명은 직분 여하를 막론하고 동일하다. 사랑과 나눔, 증거가 그것이다. 교회의 주인은 평신도라는 말도 그래서 가능하다.
지속적인 참여와 교육 또한 매우 중요하다. 교계(敎階) 아래에서 자칫 하급으로 치부되기 쉬운 평신도의 신원과 소명을 일깨우고 실천하기 위해 교육은 필수다. 평신도 스스로의 참여는 물론, 이를 위한 교회의 실천 역시 중요하다. 이는 교회의 배려 사항이 아니라 의무이다.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현대 사회에서 평신도의 역할과 위상은 그 어느때 보다 다양하게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 보다 평신도 스스로가 신앙적으로 바로 서고, 제대로 서야 한다. 증거자의 삶을 산다는 것도 증거할 준비가 되어야만 가능하다. 내가 아는 하느님을 내가 아는 만큼 증거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영적 체험과 교육을 통해 스스로의 신앙을 깊게 해야 한다.
아울러 이러한 신자로서의 정체성은 사회와 교회의 기초공동체인 가정에서 우선적으로 자라고 실천되어야 한다. 가정 안에서 피어난 촛불이 이웃에로 향하고, 나아가 온 사회를 밝힐때 그것이 곧 복음화의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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