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경기침체의 파고가 계층을 뛰어넘어 사회구성원 대부분의 삶을 옥죄고 있다. 특히 생계조차 제대로 꾸려나가기 힘든 가난한 이들에게는 견디기 힘들 정도로 가혹한 시련의 시기가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더욱 움츠린 이들이 있다. 바로 손이 있어도 내밀 줄 모르는 소외되고 가난한 가정의 아이들이다.
전국에는 이런 빈곤층 아이들을 위한 지역아동센터가 2800여 곳이 있다.
이들 지역아동센터는 방과후 공부방이라고도 하지만 실상 공부방 이상의 역할을 해오고 있다. 자칫 가정 형편 때문에 또래들에 비해 학업이 뒤처지기 쉬운 아이들에게 새로운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는가 하면 일 나간 부모들이 돌아올 때까지 머물 수 있는 공간이 된다. 또 끼니때면 끼니를 거르지 않도록 챙기고 집안에 일이라도 생기면 함께 해주는, 가난한 지역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조그만 종합복지관이자 제2의 가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여년 전부터 뜻있는 이들이 하나둘 열기 시작한 공부방은 지난 IMF를 거치면서 지역아동센터로서의 면모를 갖추더니 해마다 전국적으로 300~400곳씩 늘어나고 있다. 그만큼 도움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이 많고, 우리 사회가 지닌 안전망은 그만큼 성기다는 의미다. 현재 이들 아동센터들이 끌어안은 아이들은 8만2000명에 이른다. 하지만 방치되다시피 한 빈곤층 아이들은 100만명을 헤아린다.
우리나라의 아동복지 예산은 국내총생산(GDP)의 0.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이런 현실임에도 경제 한파가 그 어느 때보다 매서울 뿐 아니라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진단이 잇따르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연일 경기 부양책을 내놓으며 경제를 되살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가난한 이들에게는 먼 산의 메아리처럼 피부로 와 닿지 않는 실정이다.
경제의 체감 온도는 지갑의 두께와 반비례한다. 한파는 가난한 이들의 삶부터 얼어붙게 하기 마련이다. 손은 있으나 도움을 청하는 방법조차 모르는 가난한 아이들에게 긴 겨울은 그야말로 생존이 달린 사투의 시간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교회 안팎으로는 나눔의 행렬이 끊기다시피 했다는 우울한 소리가 넘치고 있다.
그리스도의 가르침대로 이웃에게 다가서는 걸음은 가장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부터 향해야 한다. 그래야 가장 밑바닥에서부터 온기를 불어넣어 우리 사회 전체를 따뜻하게 데워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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