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깨어 기도하여라.” (루카 21, 36)
지금은 고인이 되신, 원로 외국인 사제가 생각납니다. 일찍 사제가 되자마자 고향을 떠나 머나먼 이곳 제주에서 평생 선교사제의 삶을 사셨던 분입니다.
어린 꼬마에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기쁨과 영적 위로를 주어 돌아가신 지 십여 년이 흐른 지금까지 그분의 체취는 없어지지 않습니다. 제가 사제의 길로 들어서게 된 동기도 그분의 삶의 모습 때문입니다.
신학교에 입학하고 얼마 동안 신부님과 함께 지낸 적이 있습니다. 어느 날 한 청년이 찾아와 어머니가 불치의 병에 걸렸는데 돈이 없어 병원에 갈 수 없다는 딱한 사정을 말했다고 합니다. 다음 날 신부님이 그 집을 찾아와 정성껏 기도를 해주셨는데, 신부님이 가시고 난 뒤 어머니가 누워있는 이불 밑에는 ‘병원비’란 글씨가 써진 하얀 봉투가 놓여있었답니다.
신부님은 가난한 이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물론 기도 역시 남달랐습니다. 닳을 대로 닳은 성무일도와 성당에 앉아 주님 안에 머무르는 시간을 단 하루도 거르지 않았습니다.
‘늘 깨어 기도하라’는 주님의 말씀을 따라, 주님 안에서 힘을 얻고 겸손과 사랑이 가득한 사제의 삶을 살았습니다. 이는 사제로서 살아온 지 16년 차를 맞는 제 삶의 방향타입니다.
그동안 나름대로 열심히 살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부족함이 너무도 많습니다. 세월을 더할수록 세상의 삶에 괴로워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깊은 위로가 되고 영적으로 더욱 영글어가야 하거늘, 웬일인지 더욱 얇고 설익어 감을 느낍니다.
주님 앞에 다가가 영혼의 옷깃을 추스르고 고백해 봅니다. 가난하고 힘든 이들을 향한 열정으로 불타오르며 ‘늘 깨어 기도하는’ 사제로 거듭나겠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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