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인근 200미터 이내에 납골시설을 설치할 수 없도록 규정한 학교보건법 내 조항과 관련해 오는 12월 11일 헌법재판소에서 공개 변론이 열리는 것을 계기로 추모문화에 대한 인식이 재고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사회는 물론 교회 안에서도 오도된 풍수지리 관습과 허례허식, 화장·장묘시설을 혐오하는 의식,등 추모문화에 대한 개선 여지가 적지 않은 실정이어서 이런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화장률(2007년 현재 58.9%)이 매장률을 앞질렀다고는 하지만, 아직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매장의식’이 뿌리 깊어 국토는 묘지로 몸살을 앓고 있다. 2015년에는 서울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묘지를 구할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교회라고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아 교회묘지들 또한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매장은 이제 더 이상 불가능해져가고 있다.
이런 까닭에 납골당·납골묘 같은 납골시설의 활용이 묘지 문제 해결을 위한 거스를 수 없는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먼저 해결돼야 할 과제들이 있다. 무엇보다도 납골당 등 추모시설들이 혐오시설로 방치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친환경적으로 조성 운영해나갈 필요가 있다. 아울러 이런 시설들을 장례 서비스와 연계해 종합적이고 전문화된 기반과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특히 장묘문화와 관련한 중ㆍ장기 정책 및 종합계획을 수립, 추모문화를 새롭게 세워나가야 할 것이다. 추모문화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는 것도 시급하다. 초·중·고교 교육과정에 죽음 및 화장장·납골시설 체험, 호스피스 봉사 등 죽음과 관련한 내용을 넣어 생명의 소중함을 교육하는 장을 확대해나가고, 추모문화 캠페인 및 교육운동을 전개해 올바른 추모문화가 사회 저변으로 확대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이 기회에 성당을 산 자와 죽은 이의 통공을 통한 연대성을 확인하는 공간으로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다. 그리스도인들에게 납골당으로 상징되는 죽음은 그 자체로 끝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으로 나아가는 관문이기 때문이다. 교회 내 추모시설들은 이를 찾는 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죽음과 자신의 삶을 묵상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줌으로써 그 자체가 훌륭한 교육 공간이 될 수 있다. 이렇듯 성당을 죽음과 삶을 함께 묵상할 수 있는 전례적 공간으로 만들어가는 것, 이는 새로운 추모문화을 고민하고 만들어가야 할 교회에 맡겨진 또 하나의 시대적 요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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