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는 지난 1985년부터 그리스도 왕 대축일로 시작되는 연중 마지막 주간을 ‘성서주간’으로 정해 말씀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있다. 교회가 교회력으로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이 시기를 성서주간으로 제정한 것은 신자들이 매일 매일의 삶을 하느님 말씀 안에서 살아가기를 바라는 사목적 원의에서다.
성경의 생활화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난 10월 로마에서 열린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제12차 정기총회의 의제도 ‘교회생활과 사명 안에서의 하느님 말씀’이었다. 교회가 말씀의 중요성에 새삼 주목하는 것은, “들어야 믿을 수 있고 그리스도를 전하는 말씀이 있어야 들을 수 있기”(로마 10. 17)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도 가톨릭 신자들은 성경을 읽고 생활화하는 데, 익숙하지 않아 보인다. 특히 성경을 늘 옆에 끼고 살아가는 개신교 신자들의 열정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최근 들어 성경 필사 붐이 일고 있고, 소공동체를 통해 성경을 읽고 묵상하는 분위기가 보편화되고는 있지만, 성경의 참 맛에 푹 빠져 살아가는 신자는 소수에 그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말씀의 생활화는 더더욱 요원한 형편이다. 말씀을 접해야 말씀대로 살 수 있는데 말씀 자체에 대한 접근이 부족한 것이다. 성경을 필사하고, 읽고, 공부하는 근본 목적은 지식을 얻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말씀을 생활화하는 데 있다. 신자들은 특히 이점을 유념하여 살아있는 하느님 말씀인 성경을 통해 삶 자체가 새롭게 변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신자 가정마다 성경 한 두 권은 있게 마련이다. 일단 성경을 펴 드는 것이 중요하다. 매일 꾸준히 성경을 읽고 묵상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하느님 따뜻한 숨결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사도 바오로는 주님의 말씀이 선포되고 실현되는 교회 공동체를 사랑했다. 그리고 “주님께서 복음으로 생활하라고 지시하셨습니다”(1코린 9, 14)라고 전한다. 가정에서부터 부모가 자녀들에게 모범을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 구역장 반장 등 소공동체 봉사자들과 교리교사들의 모범도 중요하다. 말씀 봉사자 스스로의 노력도 중요하다.
성경은 신비로운 책이다. 386년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회심도 성경을 통해서였다. 특히 삶에 지친 이들에게 성경은 큰 위안과 희망을 준다. 그동안 성경을 가까이 하지 못했던 신앙인이라면 이번 성서주간이 창세기 첫 장을 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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