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내일도 그 다음 날도 계속해서 내 길을 가야 한다.” (루카 13, 33)
대학원 1학년, 영성심화의 해를 보낼 때였습니다. 이냐시오 묵상법에 따라 그날의 복음을 묵상하던 어느 날, 평소 복음을 읽을 때 그리 와 닿지 않았던 구절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런 구절이 성경에 있었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 구절을 향하여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예수님을 눈 앞에서 없애려 하였던 헤로데를 비롯한 당대 정치인들. 그리고 자신들이 그토록 기다리던 메시아를 알아보지 못하고 껍데기뿐인 사랑을 외치고 다니던 종교 지도자들. 그들을 향한 당당하고 흔들림 없는 예수님의 모습이 제 마음 속에 그려졌습니다.
당신의 삶이 늘 그러하셨지만 십자가상 죽음을 맞이하는 그 날까지 한결같은 모습으로 ‘하느님의 사랑’ 그 자체를 아낌없이 내 주셨던 예수님의 모습이 제 마음속에 각인되었던 것입니다.
인간적으로는 매우 매력적인 모습이었던 반면, 사제 서품을 준비하고 있던 신학생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높아 보이는 산이요, 너무나 무거워 보이는 십자가였습니다.
“어떻게 매일같이 예수님의 마음, 예수님의 생각, 예수님의 삶의 모습을 실천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부족한 것이 너무나 많은데. 단 하루라도 그렇게 살기 힘들텐데.” 수많은 생각이 오갔지만 그날 이후로 너무나 커 보이는 그 십자가가 제 삶 안으로 들어와 버렸습니다.
그 성경 구절은 서품 성구를 준비하는 날까지 저에게 주어진 십자 나무였고, 사제생활 다섯 번째 해에 들어선 지금도 저에게는 커 보이는 십자가입니다. 하지만 성경 말씀에 따라 하루하루 예수님의 발자국을 따라 살다보면 주님께서 보여주셨던 삶의 모습이 언젠가는 제 삶의 모습이 되리라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모습이 제가 정한 성화의 모습이 될 때까지 말이죠. 사람의 눈에는 너무나 가슴 아프고 무모한 죽음처럼 보이지만 아버지 하느님의 눈에는 너무나 아름다운 사랑의 결정체가 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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