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력으로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는 대림시기가 돌아왔다. 이 시기는 신앙인으로서 항상 지녀야 할 모습, 희망에 찬 기다림의 자세를 가르쳐주는 영성의 학교다. 그래서 특별히 대림시기의 전례는 신앙인들에게 주님의 오심을 기쁨과 희망 속에서 깨어 기다리도록 강조한다.
당신 자신을 세상에 내어주신 참 생명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을 기념하는 이 때에 우리는 구세주의 오심을 함께 기뻐하기 힘든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에게도 주님이 주시는 희망과 사랑이 전해지길 기원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참으로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빈부격차는 계속 벌어져만 가고 주위에는 IMF때보다 더 살기 힘들다고 하는 이들이 넘쳐난다. 거리에는 실직자와 노숙자들의 행렬이 줄어들 줄 모르고 교회와 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젊은 세대들 가운데서는 한숨만이 늘어가고 있다.
또한 이혼율 상승과 출산율 저하, 가정 붕괴로 대변되는 반생명 문화가 간과할 수 없는 눈 앞의 현실이 되어 있으며, 남북한 한 겨레의 화해와 통일로 향한 길은 뒷걸음질만 되풀이하며 풀기 힘든 숙제만 쌓여가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그 어느 때보다 가난하고 버림받은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을 요청하고 있다. 교회가 지난 2000년 동안 성장해온 원동력이 바로 소외된 이들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사랑이었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듣는 “주님의 길을 마련하여라. 그분의 길을 곧게 내어라”는 말씀은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살고자 하는 우리들에게 그리스도인으로서 올바른 자세를 가다듬는 의미로도 새로워져야 한다.
아울러 대림시기가 성탄을 기다림과 동시에 회개와 속죄로 구세주를 맞고자 준비하는 때임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회개와 속죄의 자세가 강조되는 것은 주님께로 향하는 회개없이 그분의 오심을 깨어 기다리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에게 그 준비는 자신만을 위해 살았던 모습을 되돌아보고 세상을 위해 오셨던 아기 예수님처럼 겸손하게 자신을 내보이는, 그리스도와 함께하는 삶을 마음 안에 담아내는 데서 비롯된다. 이런 까닭에 무엇보다 고통 속에서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이웃들을 새로워진 그리스도의 눈으로 바라보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희망을 찾고 기다리는 가난한 이들 속에 우리가 건네는 관심과 사랑은 곧 아기 예수님의 사랑으로 더 크게 전해질 것임이 분명하다. 자신이 살아온 모습을 되돌아보고 이웃을 생각해보는 대림절은 그래서 더욱 은혜로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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