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는 선택이 아닌 사명이다’는 구호와 함께, 성당 전면에는 세로 현수막으로 ‘쉬는 교우 입교자 명단’과 ‘처음 오실 입교자 명단’이 걸려있고 그 안에 수백 명의 명단이 기재되어 있어서 선교활동을 한 눈에 알 수가 있다.
가장 시선을 끄는 말은 ‘자기가 들은 적이 없는 분을 어떻게 믿을 수가 있겠습니까?’, ‘선포하는 사람이 없으면 어떻게 들을 수가 있겠습니까?’라는 말이다. 성직자의 사명이 신자 사목임에는 설명이 필요없다.
사목자의 영성은 하느님의 체험을 신자들에게 불어 넣어주는 정신 작용으로 기도와 삶의 활동이 영성에 바탕이 되어 세상에 속해 있으면서도 세상에 물들지 않은 선지자로 신자 앞에 서야 한다. 인간의 ‘본질’ 등 근원적인 문제에 대한 해답을 듣고자 하는 현대인들에게 촛불시위나 쇠고기 문제 등과 같은 시국 문제만을 주제로 삼은 강론을 들려준다면 탈 교회현상을 막기 어려울 것이다.
필자가 우연히 출석한 곳이 화수동 본당이었다. 신자들은 여느 본당보다 훨씬 적극적이었고, 주임 신부님은 선교에 중점을 두고 미사를 진행했다. 강론이 그 날의 성경 내용을 벗어나지 않을 뿐 아니라 독서나 복음은 모든 신자가 함께 봉독하는 형태를 취하여 신자들이 성서 말씀을 보다 친숙히 여길 수 있도록 했다.
몇 달 평일미사를 지켜본 결과 화수동 본당의 모습은 70 평생 본 가장 이상적인 사목 형태였다. 신자들이 원하는 사목, 그것에 충실한 까닭이다.
나는 본당 신부님의 사목에 매료되어 48년 간 냉담했던 교우분을 이 성당으로 인도했다. 1960년도에 세례를 받았으나 여러 차례의 구역 변경과 냉담으로 세례 문서를 찾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 어려움 끝에 찾아내어 교적도 만들었다. 몸이 불편하기에 주일에는 승용차로 모시고, 미사 때는 전례에 대한 교리를 조금씩 도왔다.
본당 신부님을 통해 나의 선교 사명을 깨달았기에 이런 일들을 할 수 있었다. 이런 나 자신의 변화를 통해 신앙생활에서 훌륭한 사목자를 만나는 것은 큰 행운임을 깨달았다.
손 안토니오(인천 화수동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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