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다양한 분야에서 멘토링(Mentoring)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멘토링이란 삶의 선배인 멘토(mentor)가 후배인 멘티(mentee)에게 일대일 관계를 맺으면서 필요한 지식이나 정보 뿐만 아니라 심리적 지원, 삶의 안내를 해주는 제도이다.
예컨대 교육학 영역에서는 동기가 결여되어 있거나 학습능력이 결핍된 학생 그리고 문제행동의 가능성을 가진 학생들에게 부모 이외의 성숙한 성인과의 친밀한 인간관계를 갖게 함으로써 학업 증진이나 인성 발달에 도움을 주고 나아가 새로운 삶의 목표를 갖도록 하여 바르게 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미 많은 연구에서 멘토링의 긍정적 효과가 입증된 바 있어 교육학 외에도 경영학, 심리학, 신학 등에서도 이와 관련된 연구와 프로그램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상 이러한 제도는 이미 우리 사회에서도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즉, 대가족 제도 아래 가족 구성원간에는 비록 부모가 아닐 지라도 큰아버지나 삼촌 등이 조카들에게 인간으로서 갖추어야 할 자질과 가정과 사회에서 행하여야 하는 도리나 역할을 가르쳤고, 장인들의 세계에서도 스승으로부터 기술의 습득과 생활방식을 배우는 중요한 학습방법으로 도제제도가 사용되어 왔었다.
또한 우리네 교회에서는 예비신자 혹은 초보신자를 영적으로 안내하고 성숙하게 하는 방법으로 대부모 제도가 활용되어 왔었다. 이 모두 멘토링과 유사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현대사회로 들어오면서 이들의 기능이 위축되고 있다. 현대인들은 지혜보다는 지식에, 인격보다는 업적에, 독창성보다는 유용성에 관심을 두게 됨에 따라 인간관계가 교환의 논리에 의해 지배되고 있으며 그로 인해 타인에 대한 배려나 인정이 사라지고 있다.
그 결과 인간 소외와 부적응 현상 등이 두드러지게 되었고 범죄의 증가, 폭력의 난무, 신뢰의 상실 등 관계의 상실로 인한 여러 가지 현상들이 점차 사회를 어둡게 만들고 있다.
인간들은 독립적인 존재이기를 바라면서도 사람들 속에서 함께 연결되어 있기를 바란다. 이른 바 ‘자유로부터의 도피’이다. 뿐만 아니라 인간들은 관계 속에서 많은 것을 학습하며 원만한 인간관계를 맺으면서 성숙해 간다.
관계 맺기가 잘 이루어지지 못할 때 인간들은 외로워하면서 방황하거나 절망한다. 자신에게 어려움이 발생했을 때 그것에 대해 의논하고 얘기라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 있기를 갈망한다. 하지만 모두 각자 살아간다. 그리고는 고독해 하면서 쓸쓸히 살아간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다시 멘토링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은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싶어하며 보살핌을 받고 싶어 한다. 동시에 누군가를 위로해 주고 싶어 하며 그에게 의미있는 존재가 되고 싶어 한다. 따라서 건전한 의미의 관계 맺기가 필요하며 그 대안으로 멘토링이 제시되고 있는 것이다. 즉, 멘토의 인간적인 배려와 관심은 멘티에게 새로운 삶의 비전을 갖게 하고 성숙한 인간이 되게 한다.
멘토는 멘티와 특별한 관계를 맺으면서 그가 개인적, 학문적, 또는 영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누군가 나를 믿고 바라봐 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멘티는 큰 힘을 얻게 된다. 뿐만 아니라 멘토도 남을 도와줌으로써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으며 자아성취가 가능하다.
또한 훌륭한 리더로서의 훈련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며 멘티로부터의 자극은 새로운 도전이 되기도 한다. 누군가를 위해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자신의 존재 가치를 의미하는 것이며 삶의 큰 기쁨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멘토링의 활성화는 사회 전체적으로도 배려와 상호신뢰의 분위기를 가져올 수 있으므로 우리 사회를 밝고 행복한 사회로 만들게 될 것이다.
우리 교회의 대부모 역시 새로운 신자에게 영적인 부모의 역할을 하여 그가 성숙한 신자가 될 수 있도록 안내하고 행복한 삶을 살게 해 줄 수 있으며 대부나 대모도 그러한 관계를 통해 자신의 신앙을 돌아보고 삶을 되돌아 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그런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반성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저 명목적으로만 대부, 대모의 이름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귀찮다고 그런 역할을 마다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생각해 보자. 바람직한 관계의 활성화는 사람들을 영적으로 살찌우고 교회를 사랑으로 가득하게 만들어 줄 촉매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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