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그리스도가 생의 전부입니다”(필리 1, 21)
사제 서품을 앞두고 서품 기념 상본에 넣을 성구를 묵상하는 가운데 나에게는 마지막으로 두 가지 성경 말씀이 남겨져 마음 속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하나는 “나에게는 그리스도가 생의 전부입니다”(필리1, 21)였고, 다른 하나는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가 내 안에서 사시는 것입니다”(갈라2, 20)라는 사도 바오로의 말씀이었습니다.
두 말씀을 더 묵상하고 묵상하다가 “나에게는 그리스도가 생의 전부입니다”라는 것으로 이끌려 졌습니다. 그 때의 마음에 사제 성소의 길에 있어서는 모든 삶의 중심이 그리스도이시고 또한 그리스도를 위해 삶을 온전히 바쳐야 한다는 의미가 ‘생의 전부’라는 그 구절 안에서 깊이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제 서품을 받고 살아오면서 나에게는 “내가 내안에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십니다”라는 말씀이 두 번째로 밀려난 것이 아니라 탑과 탑의 받침대처럼 하나 되어 함께 걸어왔습니다.
어쩌면 생활 속에서는 ‘그리스도께서 내안에 사십니다’라는 그 말씀이 더 많이 묵상되어 왔습니다. 그리스도께서 내 생의 전부가 되시게 하려면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시는 삶이 없이는 결코 이루어 질 수가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사제 서품 20년이 지나는 지금까지 그 말씀을 “당신 말씀은 제 발에 등불, 저의 길에 빛”(시편 119, 105)이라 고백하며 그동안 나의 사제 생활과 사목 방향의 등불과 빛으로 삼고 또한 나 자신과 공동체의 성숙을 가늠해 보는 거울로 삼아 살려고 노력했지만, 아직도 나 자신에게 있어서는 걸음마의 첫 걸음인 듯한 마음과 모습에 주님 앞에 죄송할 따름입니다.
‘바오로 해’의 거룩한 은총의 시간를 보내며,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성령의 빛 아래에서 깊은 상념에 잠겨 서간을 쓰고 있는 바오로의 성화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노라니 바오로 사도가 주님 앞에 새 출발의 용기를 갖도록 어깨를 두드려 주며 다시금 말씀을 천천히 그리고 힘있게 들려줍니다.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가 내 안에서 사시는 것입니다.”(갈라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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