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간 필자가 살다 온 프랑스 리옹에서는 매년 12월 8일이면 ‘빛의 축제’가 성대하게 열린다. 몇 년 전부터는 우리나라 강남구 어딘가에서 이 ‘빛의 축제’를 재현하기 시작했다는 얘기도 들었다.
8일 저녁이 되면 ‘빛의 축제’라는 이름대로 리옹 시가지는 그야말로 다채로운 빛을 발산한다. 푸르비에르 언덕 위 바실리카를 중심으로 도심에 위치한 성당들과 건물, 거리와 골목마다 각기 다른 색깔과 모양으로 비추는 조명들, 집집마다 창가에 밝혀둔 촛불들로 도시는 아름답게 출렁인다.
이 장엄하고도 아기자기한 빛의 물결을 구경하기 위해 거리로 쏟아져 나온 시민들과 여행객들로 축제 분위기는 한층 달아오른다.
이제는 하나의 문화행사처럼 되어버린 ‘빛의 축제’는 사실 성모 마리아를 기리기 위한 것이었다. 1643년 페스트가 유럽을 휩쓸었을 때 기적적으로 피해를 면한 리옹 시민들은 성모님이 보호해주신 덕분이라고 믿었다.
이들은 그로부터 200여년 후인 1852년, 푸르비에르 언덕에 도금한 청동 마리아상을 세우게 된다. 12월 8일 축복식이 거행되었고,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창가에 촛불을 밝혀둔 채 손에 손을 잡고 푸르비에르 언덕을 오르며 마리아께 경배를 드렸다. 2년 후 ‘원죄 없이 잉태되신 마리아’가 믿을 교리로 선포되었으니, 이때부터 12월 8일의 ‘빛의 축제’는 모든 가톨릭 신자들의 축제가 된 셈이다.
프랑스와는 비행기로 11시간 걸리는 먼 나라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12월 8일은 축제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세상의 빛이 되어 오신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를 기리는 마음은 이 세상 어둠 속에서 비치는 그 빛(요한 1, 5)을 알아보고 맞아들이는 마음일 것이다.
이혜정(에밀라스.까리따스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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