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마지막 날 서울 명동성당에서는 사형폐지를 촉구하는 조명 퍼포먼스 ‘생명의 빛(City of Light)’ 행사가 열려 서울 밤하늘을 희망의 빛으로 밝혔다.
이 행사가 열린 ‘세계 사형 반대의 날’은 211년 전인 1797년 11월 30일 이탈리아 토스카나시가 지구상에서 최초로 사형을 폐지한 것을 기념해 제정됐다. 지난 1999년부터는 전 세계에서 사형이 집행되거나 사형제도를 폐지하는 나라가 생겨날 때마다 로마제국 당시 검투사들의 격투장으로 죽음 문화의 상징이나 다름없던 로마 콜로세움에 빛을 밝혀 사형제도 반대 입장을 표명해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30일 23명의 사형수가 한 번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후 10년 동안 한 차례도 사형이 집행되지 않아 지난해 12월 30일로 국제 앰네스티가 분류하는 ‘사실상 사형폐지 국가’가 됐다.
사형폐지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인 추세다.
유럽연합(EU)은 사형제 폐지를 가입 조건으로 하고 있다. 유엔도 지난해 11월 18일 ‘사형집행 유예 결의안’을 채택한 데 이어 올 11월 20일 유엔 총회 제3위원회가 전세계적 사형집행 유예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지난해에 비해 올해는 더 많은 국가가 이 결의안에 지지를 표명해 사형폐지가 국제사회에서 이미 거스를 수 없는 흐름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고 있다.
하지만 우리 주위에서는 이러한 추세에 역행하는 반생명적인 모습이 여전히 힘을 얻고 있다. 정치인 등 유력한 신자 중에는 신문과 텔레비전 등 대중매체를 통해 공공연하게 사형제를 옹호하고 이러한 문화를 전파하는데 앞장서기까지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제는 많이 바뀌긴 했지만 일반신자들 가운데서도 흉악범은 죽음으로써 죄를 갚아야 한다는 생각을 지닌 이들이 여전하다. 한마디로 ‘죽을 짓을 했으면 죽어야지’하는 잘못된 생각이 자신도 모르게 반그리스도적인 죽음 문화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생명은 천부적이다. 하느님에게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이는 하느님이 주신 생명을 인간이 감히 좌지우지할 수 없다는 뜻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누리는 인권 역시 천부적인 것이며, 당연히 창조주 하느님께 그 기원이 있다.
생명을 주관하시는 하느님을 인정하는 그리스도인이라면 동시에 생명의 파수꾼으로 불림받았음을 인정해야만 한다. 사형폐지를 디딤돌 삼아 생명 문화를 건설하는 일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신자들에게 주어진 십자가임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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